내년 상반기부터 월급 300만원 이하 근로자는 무료로 ‘국선 산재 대리인’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법률 지식 부족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하고 입증하는 과정에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 업무상 질병 산재 땐 무료 국선 대리인
19일 정부와 노무사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국선 산재 대리인 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연내 관련 법령을 개정해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최근 한국공인노무사회와의 간담회에서 국선 대리인 제도의 대상 등 세부 기준에 관해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고용노동부는 예산 부담 등으로 국선 대리인 지원 대상을 업무상 질병 관련 최초 요양 신청, 휴업급여 신청, 불복 절차에 한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산재 관련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중소·중견기업 근로자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되, 지원 대상을 월급 300만원 이하 등으로 제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선 대리인이 정부 등으로부터 받게 될 수임료는 건당 70만원 안팎으로 논의되고 있다. 정부는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 절차 등에서도 이와 비슷한 국선 대리인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선 산재 대리인 제도가 도입되면 특히 중소기업 직원들이 손쉽게 산재 신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예산과 행정 부담 등으로 단계적으로 제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노무사업계 “수수료 줄 것”
산재 신청 건수는 매년 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신청 건수는 17만3603건으로 5년 전(12만3921건)보다 약 40% 증가했다. 정부는 산업 구조 변화와 근로자 권리 의식 확산 등으로 앞으로도 산재 신청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재 보험 정책도 강화되고 있다. 정부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 산재보험 ‘선보장 제도’를 통해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가 보험 승인 전 치료비와 생활비를 먼저 지원받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노무사업계는 국선 산재 대리인 제도에 대해 “서비스 질이 하락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산재 수수료 수입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 때문이다. 산재 대리는 노동 관련 중앙노동위원회 사건과 더불어 노무사들의 양대 수입원이다. 관행적으로 산재 보상금의 5~15%를 노무사가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공인노무사회는 고용노동부와의 간담회에서도 “기존 산재 대리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며 제도 도입을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산재 신청 근로자 중 월급 300만원 이하는 전체의 약 30%를 차지한다. 소민안 지정 노무법인 노무사는 “정작 근로자의 권리 구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소득 기준’이 다소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노무사는 “산재를 입은 근로자는 산재 신청 직전 1~3개월 동안 일시적으로 소득이 없을 수 있는데 이 경우도 소득 월 300만원 이하로 분류될 수 있다”고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