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차기 당권 도전에 나서기로 결심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오는 8월 2일로 예정된 차기 민주당 대표 선거는 박 의원과 정청래 의원 등 2파전 구도로 형성될 가능성이 커졌다. 차기 당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고, 1년 임기를 마친 뒤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총선 공천까지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 두 후보의 지지자들은 상대 후보를 향해 공세를 시작했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박 의원은 이르면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여당을 이끌겠다는 메시지를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진작 결심을 굳혔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를 방문하는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 출마 선언을 며칠 뒤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당초 당 대표 도전보다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직을 노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 원내대표를 지낸 터라 곧바로 당 대표에 도전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 인사들은 이 대통령 집권 1년 차에 당정 간 호흡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이 대통령이 신뢰하는 박 의원이 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당원과 지지자들이 박 의원을 당 대표 후보로 추천하기 위한 ‘연판장’을 SNS에 돌리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이 박 의원의 마음을 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출마를 선언한 정 의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에 나와 “박 의원과 만나 (당 대표 관련)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며 “박 의원이 출마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박 의원이 당 대표가 돼도 상관없다”면서도 “(이 대통령은 저와) 방향과 속도가 일치하는 지도자”라고 강조했다.
표면적으로는 친이재명계 핵심 의원 두 사람이 ‘선의의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크지만, 장외에서는 지지자 간 비방전이 시작됐다. 이 대통령 지지자 중 일부는 정 의원을 향해 “커뮤니티로 정치하지 말고 낮은 자세로 겸손히 당원 민심을 파악해달라” “자기 정치하려고 당 대표 나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일부 당원은 정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차기 대권을 노린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일부 의원은 정 의원을 공개적으로 옹호했다. 최민희 의원은 이날 “박찬대, 정청래 둘 다 소중한 민주당 자산”이라고 했다. 양문석 의원도 “정청래는 ‘동지’가 아닌가?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정청래와 당 대표 후보 정청래는 다른 사람인가”라며 “대통령 당선 이후 겨우 2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우리’는 없어지고 한 방향을 향해 같이 달려온 지지자들 사이에 격렬한 비난만 난무한다”고 주장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