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실수령보다 실업급여액 높아
취업 안하고 실업급여 받는 게 유리해
실업급여 수급자 3명 중 2명은 재취업하기보다 정해진 급여 기간을 끝까지 채워 수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실업급여 만기 소진율이 미국 등 주요국 대비 월등히 높아 실업급여가 재취업을 돕는 ‘디딤돌’이 아닌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돈’으로 전착됐다는 지적이 거세다.
18일 고용노동부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구직급여 수급 현황에 따르면, 2025년 수급종료자 대비 소정급여일수 소진자 비중은 65.3%로 집계됐다.
수급종료자는 소정급여일수 소진자, 수급 기간 만료 종료자, 재취업자를 합친 개념이다. 구직급여 수급을 마친 사람 가운데 재취업 등으로 중간에 급여를 멈춘 사람보다 정해진 급여일수를 모두 채운 사람이 많았다는 뜻이다.
소진율은 2021년 70.0%에서 2022년 68.7%, 2023년 65.8%, 2024년 65.6%, 2025년 65.3%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60%대 중반에 머무르고 있다.
김소희 의원은 “수급자 3명 중 2명이 만기까지 채우는 실업급여는 재취업 디딤돌이 아니라 구직 의욕을 꺾는 쉼터로 전락했다”며 “일하는 사람보다 쉬는 사람이 더 버는 기형적인 하한액 구조를 즉각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국의 유사 지표와 비교해도 한국의 소진율은 두드러진다. 미국 노동부가 공개하는 정규 실업보험 소진율은 2026년 4월 말 기준 39.59%였다. 미국은 실업급여를 처음 받은 사람 중 급여일수를 모두 쓴 사람의 비율을 따져 한국과 산식은 다르지만, 유사 지표로 봐도 한국은 미국의 1.6배 수준이다.
캐나다의 정규 고용보험 소진율도 2024~2025년 34.4%에 그쳤다. 프랑스에서는 실업보험 수급을 끝낸 사람 가운데 급여 권리를 모두 사용한 비율이 20% 수준으로 분석된다.
일을 빨리 구하기보다 실업급여를 끝까지 받으려는 유인이 커진 데에는 높은 구직급여 하한액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분석에 따르면 평균임금 대비 구직급여 하한액 비율은 한국이 41.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OECD 평균은 19.9% 수준이다.
세후 기준으로 보면 역전 현상은 더 뚜렷하다. 최저임금 근로자가 세금과 4대 보험료를 뗀 뒤 손에 쥐는 돈보다, 실업 상태에서 받는 구직급여 하한액이 더 많아지는 구조다.
주요국들은 실업급여가 만기 수급으로 흐르지 않도록 각기 다른 장치를 두고 있다. 일본의 조기 재취업 인센티브가 대표적이다.
일본에선 실업급여 수급자가 안정적인 일자리에 빨리 취업해 급여일수를 3분의 2 이상 남기면 남은 급여일수의 70%, 3분의 1 이상 남기면 60%를 재취업수당으로 지급한다. 급여를 끝까지 받는 것보다 빨리 일자리로 돌아가는 편이 유리하도록 제도를 설계한 것이다.
미국은 소진 가능성이 높은 수급자에게 조기 개입한다. 단순히 급여를 지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급 초기에 구직활동을 관리해 장기 실업과 만기 수급을 줄이려는 방식이다.
프랑스는 노동시장 상황인 실업률에 따라 전체 보상 기간을 최고 25%까지 줄이는 ‘경기 연동형 실업보험제’를 도입해 실업급여가 장기화되거나 만기 수급으로 이어지는 것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구직급여 하한액과 최저임금 실수령액 역전 논란에 대해 “실업자의 생계 보장 강화와 원활한 재취업이라는 제도 본연의 취지를 충실히 구현할 수 있도록 고용보험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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