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종량제 30년, 쓰레기차 3200만대분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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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에 왜 돈 내나” 불만속 시행
2억t 재활용 등 경제적 가치 45조
배출량 줄어들다 증가세로 전환
“무게 고려한 인센티브 도입 필요”

1995년 세계 최초로 전국적으로 시행된 쓰레기 종량제 이후 약 30년 동안 생활폐기물 약 1억6000만 t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5t 트럭 3200만 대분이다. 쓰레기를 줄여 얻은 경제적 가치는 45조458억 원으로 추산된다. 과거 “쓰레기 버리는 데 왜 돈을 내야 하느냐”는 불만 속 시행된 친환경 정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분리 배출된 재활용 폐기물 2억 t

환경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폐기물협회 보고서 ‘쓰레기 종량제 30년 성과 평가 및 개선방안 마련 연구’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했다. 일반 쓰레기는 유상 봉투를 구매해 버리게 하고 재활용품은 무료로 배출할 수 있게 한 쓰레기 종량제는 1995년 당시 매립·소각되는 쓰레기양을 줄이고 재활용 폐기물 분리 배출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 일부 지역에 쓰레기 종량제를 운영한 사례가 있었지만 전국적으로 일시에 도입한 국가는 한국이 처음이었다.

보고서는 종량제 시행 한 해 전인 1994년 생활폐기물 발생량인 2100만 t을 기준으로 1995∼2023년 감축량을 계산했다. 매년 1994년 당시 만큼 생활폐기물이 발생했다고 가정하고, 종량제 시행 후 연도별 실제 발생량과의 차이를 계산한 결과 29년간 약 1억6000만 t의 생활폐기물이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분리 배출한 재활용 폐기물의 양은 약 2억 t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에서 분리 배출한 재활용품과 음식물류 폐기물(음식물 쓰레기)의 발생량을 합한 값이다. 매년 재활용된 폐기물의 양을 1994년 종량제 시행 전과 비교했을 때는 2023년까지 총 1억4000만 t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 “중량 줄이면 인센티브 제공도 검토해야”

생활폐기물 발생량이 줄면 수집, 운반 등 쓰레기 처리 비용이 감소한다. 또 재활용 증가에 따른 경제적 가치를 나타내는 ‘재생 가치’가 증가한다. 보고서는 “이들 경제적 효과를 현재 기준으로 환산하면 총 45조458억 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한국이 쓰레기 종량제를 전국적으로 도입하자 독일 등 종량제를 먼저 시범 운영하고 있던 국가에서는 “여론의 저항이 심한데 어떻게 전국에 한꺼번에 도입했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당시 국내에서도 제도 시행 직전인 1994년 말 쓰레기 무단 투기가 증가하는 등 반발이 있었지만 1991년 778kg 수준이었던 1인당 생활쓰레기 배출량은 1995년 387kg까지 줄었다. 다만 줄어든 생활폐기물 배출량이 정체된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생활폐기물은 1998년 약 1400만 t으로 1994년 대비 34.3% 줄어들어 배출량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현재까지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은 약 1700만 t으로 1994년 대비 21.3% 감축에 그쳤다.

김준범 프랑스 트루아공대 환경정보기술학과 교수는 “현행 쓰레기 종량제는 중량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며 “쓰레기 무게를 고려하면서 개별 폐기물 감축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한국형 쓰레기 종량제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의원은 “쓰레기 종량제는 현대 환경 정책이 참고해야 할 모범 사례”라며 “정부는 100년을 내다보고 과학적으로 환경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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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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