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고위인사들 신중론 고수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큰 탓”
中은 지준율 이어 LPR 인하
디플레 우려속 내수진작 총력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요원해지고 있다.
관세 정책 불확실성에 이어 국가신용등급 강등까지 겹치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고위 인사들이 9월 이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모기지은행협회(MBA) 콘퍼런스에서 “6월이나 7월에 (미국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정책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 탓에 데이터 수집과 경제 상황을 이해하는 데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연준의 향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6월, 7월, 9월, 10월, 12월에 예정돼 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당분간 금리 동결에 찬성하는 뜻을 내비쳤다. 보스틱 총재는 “현재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과 경기침체 우려를 모두 고려할 때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한 차례만 인하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연내 1회 인하 입장에 좀 더 기울어 있는데, 이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역협상 진전 속도에 따라 변동이 가능하다”면서도 “신용등급 하향 여파 등을 파악하기 위해 3~6개월 기다릴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정책 관망의 주요 원인으로 불확실성을 지목하는 연준 인사들이 줄을 이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불확실성을 언급하면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때까지 관망해야 한다고 했다.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도 이날 “현재 불확실성 수준을 감안할 때 시간이 가면서 정책이 어떻게 전개되고 여파를 미칠지 관망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연준에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연준은 유럽과 중국처럼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와 이자비용 증가를 지적하면서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낮췄다. 이 여파로 19일 3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장중 한때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넘기도 했다.
한편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커진 중국은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7개월 만에 인하했다. 20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일반 대출의 기준이 되는 1년물 LPR을 3.1%에서 3.0%,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5년물 LPR을 3.6%에서 3.5%로 각각 인하했다.
이번 LPR 인하는 일정 부분 예견됐다.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해 지급준비율과 정책금리 인하 등의 계획을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올해 경제 정책 방향으로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설정했다. 이에 따라 인민은행은 지난 15일 은행 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해 1조위안(약 193조원) 규모의 장기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