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다음달 독일에서 '아이오닉2'(가칭)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목이 쏠린다. 미국발 15% 관세 및 대규모 감세법으로 인한 전기차 보조금 폐지 영향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현대차가 발 빠르게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맞춤 모델을 선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26일 일렉트렉 외신 및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IAA 모빌리티 2025'에서 B세그먼트 소형 전기차 아이오닉2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에 있는 현대차 유럽기술센터가 개발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아이오닉2는 유럽을 공략할 현지 전용 모델로 전해졌다. 현지 전략 모델인 만큼 생산 또한 유럽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되살아나는 유럽 전기차 시장
현대차가 유럽에서 현지 전용 전기차를 선보이는 것은 되살아나는 유럽 내 전기차 성장세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자토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럽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전년 대비 25% 증가한 119만3397대다. 유럽에서 반기 기준 전기차 판매량이 100만대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의 일부 국가가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부활하면서 전기차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자동차 강국인 독일은 지난해 9월 기업 구매 전기차에 대해 75%를 감가상각비에 포함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오는 9월 30일부로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에 달하는 세액 공제를 폐지하면서 미국 내 전기차 소비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점도 완성차 업체가 유럽 시장을 향하는 이유 중 하나다.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콕스오토모티브는 올해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 전망치를 10%에서 8.5%로 내린 바 있다.
EV3, 캐스퍼 일렉트릭...성공 사례 다수
특히 현대차그룹은 기아 EV3,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인스터)으로 유럽 시장에서 이미 전기차로 흥행한 경험이 있다. 기아에 따르면 올해 1~7월 판매된 EV3 6만479대 중 유럽 판매량은 3만9334대로 약 65%를 차지한다.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은 올해 1~7월 총 2만7571대가 수출됐는데 이 중 55%인 1만5161대가 유럽으로 수출됐다.
유럽에서 흥행을 거둔 차가 모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라는 것 또한 현대차가 B세그먼트를 유럽 현지 모델로 내세운 이유로 꼽힌다. 유럽은 대부분의 길이 좁아 소형차급 수요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출시될 아이오닉2 또한 유럽에서 판매 중인 코나 일렉트릭보다도 작다고 알려졌다. 특히 아이오닉2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탑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순수 전기차를 유럽 전용으로 판매한다는 점에서 캐스퍼 일렉트릭과는 차이가 있을 예정이다. 기아 또한 올해 초 외신을 통해 유럽 시장 전용으로 EV2를 선보인다고 알려진 바 있다. EV9, EV3와 비슷한 외관으로 주목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나 감세법 등 미국 내 판매 변수가 계속해서 발생하면서 자동차 생산과 판매를 다변화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미국 시장만큼 큰 유럽에서의 전기차 공략이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