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특보 내려진 대전 쪽방촌 ‘고요한 사투’
그늘서 부채질하거나 집에서 선풍기로 의지
바람구멍 없는 쪽방 내부 한증막 방불케 해
市, 무더위쉼터·병입수돗물 등 취약층 지원
“집에 있어도 덥고 밖에 있어도 덥고…. 차라리 밖에서 바람 쐬는 게 더 시원햐.”
폭염 특보가 내려진 14일 오후 1시께 대전 동구 정동 쪽방촌 거리 일대. 체감 온도 33도의 푹푹 찌는 날씨와 함께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온몸을 땀으로 흠뻑 젖게 만들었다.
수많은 차량들과 사람들로 북적였던 대전역 인근과 달리 쪽방촌 거리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260m 남짓의 거리에서 발견한 쪽방촌 주민은 고작 4명. 이들도 모두 그늘에서 연신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었고, 주민 대부분은 현관문을 열어둔 채 달달거리는 낡은 선풍기로 무더위를 버텨내고 있었다.
창문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들은 더위 속 주민들의 눈치를 보듯 침묵하고 있었다. 켜켜이 쌓인 먼지들을 통해 실외기가 애물단지로 전락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집 앞 그늘에서 부채질하던 70대 여성 주민 최모씨는 “에어컨은 엄두도 못 낸다. 월세 내기도 빠듯하기 때문”이라며 “오전에는 그늘 밑에서 부채질하면 버틸 만하다”고 땀을 훔치며 말했다.
이어 “다만 가장 더운 시간대인 오후 2시부턴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 때문에 힘들다”며 “이때만 집에서 선풍기를 켜놓고, 해가 지면 전기요금 지출을 아끼기 위해 선풍기를 다시 끈다”고 설명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김모씨의 사정도 비슷했다. 작은 창문만 달린 김씨의 집은 공기가 통하지 않는 탓에 한증막을 방불케 했다. 김씨는 “밖에서 바람을 쐬는 게 더 시원하다. 집은 말 그대로 찜통 수준”이라며 “이곳 주민들은 겨울에는 추위와 사투를 벌이고, 여름에는 더위와 싸운다. 특히 겨울에 비해 여름은 버티는 게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대전역 인근 원도심인 동구 정동과 삼성동, 중동 등에는 쪽방촌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몰려 있다. 사회 취약계층이 대부분인 이들은 매년 여름마다 폭염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이날 대전의 낮 최고 기온은 33도로 폭염 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대전지방기상청은 이날 저녁부터 비가 내려 기온이 일시적으로 떨어지겠지만, 비가 그친 뒤에는 높은 습도 속에 무더위가 다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도 속출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충청권 온열질환자는 총 100명으로, 이 중 절반 가량인 47명이 충남에서 발생했다.
이에 행정당국도 각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폭염 대응 종합대책을 내놓고 있다. 세종시는 경로당과 행복누림터 등 486곳에 무더위쉼터를 운영하는 한편, 편의점 브랜드 세븐일레븐과 협약을 맺어 점포 36곳에 무더위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 대전시는 지난 5월부터 노숙인·쪽방 주민 보호 대책을 수립하고 폭염 대응 물품을 지원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지역 폭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대전시의 병입 수돗물인 잇츠 수(It‘s 水) 1만 4000병을 선제적으로 공급하기도 했다”며 “쪽방 주민과 노숙인을 위한 무더위쉼터를 점검하는 등 현장 중심의 지원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대전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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