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이번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은 무게감이 크게 떨어졌다. 3년 전 대선에서 여야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임기 내 250만 가구 공급’, ‘국토보유세 도입’ 등 부동산 공약에 목청을 높인 것과 비교하면 부동산 공약은 이번 선거에서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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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사진=연합뉴스) |
공공주택을 늘리고,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고, 광역교통망을 확충해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아주 원론적 차원에서의 공약만을 내놓았을 뿐 사실상 후보별 차별성도 크게 보이지 않는다. 이전 선거에 비해 부동산 공약이 이슈가 되지도 않는 분위기다.
물론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지난 대선 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집값은 서울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정체된 것이 다른 점이다. 후보들이 앞다퉈서 공격적인 공급 수치를 내놔 집값을 안정시킬 공약을 내놓고 그 현실성에 대해 반박을 당하거나, 전 정권의 실정을 또다시 상기시킬 필요가 없는것이다. 그렇다고 또 섣불리 시장의 기대를 불러일으킬 공약을 내놨다가 추후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을 만들 필요도 없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그러다 보니 주택공급에는 구체적인 계획도 현 정부의 공급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안 보인다. 정비사업을 활성화한다고는 했지만 기존 정책에서 나아간 점이 없다. 광역교통망 확충 계획은 내놨으나 기존에 발표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이 사업성 문제로 진척되고 있지 않은 현실은 아예 외면하는 듯 했다.
후보들이 수면 위로 올리지 않았지만 현 부동산 시장은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다. 주택 공급 부족은 이미 그 결과가 예정된 상황이다. 올해 전국에서 14만 6130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작년보다 13% 이상 감소한 물량이다. 이마저도 계획대로 될지 불확실하다. 올해 1분기(1~3월) 전국에 분양된 주택은 2만 1471가구로 전년동기대비 49.7% 감소했다. 특히 수요가 많은 수도권 분양은 5972가구로 71.2%나 급감했고, 서울은 76.9% 감소했다. 인허가 물량도 계속 줄어 2026년에는 공급 부족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 제기돼 왔다.
공급절벽은 집값 불안을 키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공급을 늘려야 하고 이를 위해선 정비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하지만 용적률을 높이고 분담금을 줄인다는 교과서적인 해법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용적률이 높아지면 그만큼 공공기여도 많아져서 결국 사업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정비 사업의 발목을 잡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폐지를 추진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면 지방은 미분양이 심각하다. 준공 후 미분양은 3월 기준 2만 5117가구로 전달보다 5.9% 늘며 2023년 8월부터 20개월 연속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양도소득세 한시감면 등 수요촉진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지만 요지부동이다. 그러는 사이 매분기마다 건설사들의 위기설도 불거지고 있다.
이렇듯 주택공급은 실제로 필요한 곳에 공급되기까지 정교한 정책과 실행 의지가 필요하다. 후보들은 지금부터라도 공약의 디테일을 채워주길 바란다.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으면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