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열람실부터 없애야 생존”…600년 역사 대학이 내린 결단

2 days ago 6
인터뷰

“도서관 열람실부터 없애야 생존”…600년 역사 대학이 내린 결단

이은석 성균관대 AI중심대학 사업단장
GPU가 대학역량…도서관엔 AI협업공간
전공 벽 허물고 AI접목·프롬프트 작문도

이은석 성균관대 AI중심대학 사업단장 [이승환 기자]

이은석 성균관대 AI중심대학 사업단장 [이승환 기자]

“앞으로 대학의 역량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용량과 직결될 겁니다.”

인공지능(AI) 시대 대학 교육의 역할을 고민해온 이은석 성균관대 AI중심대학사업단장에게 미래 대학의 변화상을 묻자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정년퇴임을 2년여 앞뒀지만 “더 이상 학생들에게 쓸모없는 지식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가장 컸다”고 털어놨다. 이어 “5년 후에는 교수 자리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전망 아래 대학 전체를 갈아엎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중심대학 사업에 참여할 1차 7개교 선정을 마쳤다. 1차 대상에 오른 성균관대는 기존 소프트웨어(SW)중심대학 사업을 기반으로 대학 교육 체계를 AI 중심으로 재편하게 된다. SW중심대학 사업에 이어 11년째 미래 대학을 설계하고 있는 이 단장에게 대학 교육 혁신의 세 가지 조건을 들어봤다.

◆전공부터 AI로 재설계

그가 제일 먼저 꼽은 것은 전공의 혁신이다. 그는 “전공 지식을 최대한 많이 알고 졸업하는 인재의 유효 기간은 길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의 전공을 AI로 재정의하고 새로운 관점을 발굴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성균관대는 각 전공과 AI를 연결하는 ‘브리지 교과’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들은 브리지 교과를 통해 기존 전공 지식과 AI 활용 능력을 연결하고, 이후 심화·확장 과목을 통해 자기 전공을 더 깊게 파고들거나 다른 전공 영역으로 넓혀가게 된다.

이 단장은 “브리지 교과는 전공 지식과 AI를 연결하는 매개체”라며 “학생들이 자기 전공에 필요한 데이터를 직접 만들고 다루는 역량도 함께 길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인문학 전공자의 역할도 재조명될 것으로 봤다. 국문학·영문학 등 언어 전공 학생들이 가진 언어적 감각은 AI와 소통하는 시대에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고, 철학·동양학 등 고문서를 다루는 전공에서는 자료의 디지털화와 조합이 새로운 과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교양 과목도 AI 위주로

두 번째 조건은 조직의 혁신이다. 이 단장은 AI 단과대를 따로 만드는 방식만으로는 다양한 전공 학생들의 AI 전환 경험을 충분히 확장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그는 “다양한 단과대가 전공 교육을 AI와 연결할 수 있도록 전공 간 벽을 허무는 총장 직속 컨트롤타워를 구상하고 있다”며 “대학 전체 차원에서 공통 교육과 전공별 AI 융합을 조율해야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통합 조직의 핵심 역할 중 하나는 AI기초교양(AI-L)과 AI심화교양(AI-R) 운영이다. AI-L은 AI를 다루기 위한 기본기에 가깝다. AI의 원리와 한계를 이해하고 환각을 걸러내는 방법, 프롬프트를 활용하는 방식 등을 가르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이 단장은 “사회과학대 학생은 통계 분석 툴을, 의대 학생은 영상의학 툴을 다루는 식으로 전공별 기초교양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인문대의 기초 글쓰기 과목도 프롬프트 기반 작문으로 바꾸려 한다”고 말했다.

AI-R은 AI가 내놓은 결과를 분석하고 평가하며 검증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를 위해 성균관대는 이미 3년 전부터 AI 튜터를 도입했다. 마치 조교처럼 학생들의 사고 과정을 AI 튜터가 맞춤 분석하고 개선 방향을 조언하는 방향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GPU가 곧 대학 경쟁력

이 단장이 제시한 세 번째 조건은 공간 혁신이다. AI 시대 대학에는 학생들이 모여 토론하고, 실험하고,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단장은 “열람실로 빼곡하던 도서관부터 바꿔야 할 때”라며 “성균관대에도 360평 규모의 ‘AI아고라’를 조성해 학생들이 AI를 매개로 배우고 토론하고 협업하게끔 유도하려 한다”고 구상을 밝혔다. 연산 자원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실제로 신진 연구자들이 적을 옮길 때 ‘얼마나 많은 GPU를 쓸 수 있느냐’를 따질 정도로 데이터센터 구축은 대학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이 단장은 학생들에게 방향 전환 능력만큼은 갖추라고 당부했다. 그는 “신입생들에게 ‘졸업할 때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될 것’이라는 말을 꼭 해준다”며 “이 천지개벽 상황에서 졸업 후의 세상을 예측하고자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AI 활용 능력은 운전면허와 같은 것”이라고 위로의 말도 덧붙였다. 없으면 발이 묶이겠지만 운전면허 취득이 크게 어렵지 않은 것처럼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조언이다.

NVIDIA Corporation NASDAQ

데이터센터용 GPU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기반으로 AI 컴퓨팅 인프라를 설계하는 반도체 기업입니다.
대학 및 연구 기관의 AI 전환 과정에서 필수적인 고성능 연산 자원을 공급하며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물리적 토대를 제공합니다.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통해 GPU와 네트워킹 기술을 결합한 AI 통합 인프라 솔루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Advanced Micro Devices, Inc. NASDAQ

서버 및 PC용 프로세서와 고성능 GPU를 설계하는 반도체 전문 기업입니다.
대학 내 AI 교육 체계 재편과 연구 환경 고도화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 구축 및 연산 자원 확보 수요에 대응합니다.
데이터센터용 인스팅트 가속기와 에픽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전 세계적인 AI 인프라 확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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