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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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걸어요가을 아침 내가 걸은 천변을가을 저녁 당신이 걷고수요일에 내가 만난 오리를일요일에 당신이 만나고칠월의 계수나무와십일월의 계수나무 지나서천변의 끝에서 끝까지다시 끝에서끝까지한 번도 마주친 적 없지만 틀림없이 같이걸어요오늘 아침 빛을 몰고 다니는 오리를엄마처럼 따르려나는 자꾸 작아지고 있었을 때가을이 말해요(후략)―최지은(1986∼)이 시는 읽기에 따라 외롭게 느껴질 수도 따뜻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젯밤에 읽다가 어쩐지 쓸쓸해져 눈물을 뚝뚝 흘렸다. 오늘 아침, 고양이 사료를 챙기고 길게 자라난 식물의 모가지를 세워준 뒤 다시 읽으니 따듯하게 느껴졌다. 사는 게 이런 걸까? 두 사람이 걷지만 혼자인 듯 쓸쓸하고, 혼자 걷지만 “틀림없이 같이” 걷고 있다는 느낌으로 천변을 걷는 일 말이다.시는 다정하게 시작한다. 같이 걸어요. ‘같이 걷는 일’이 언제나 둘이 걷는 일을 뜻하는 건 아니다. “가을 아침 내가 걸은 천변을/가을 저녁 당신이” 걷는 것이다. 수요일에 내가 만난 오리를 당신은 일요일에 보게 되기도 한다. 사무치는 계절도 서로 다를 테고 이쪽의 끝이 저쪽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외로운 일인가? 그렇지만 시에 몸을 대고 천천히 다시 읽어보자. 천변을 걷다가 오리 모습을 한, 지금은 없는 “엄마”를 만날 수 있다. 가을이 내게만 비밀을 말해줄지, 혼자이자 혼자가 아닌 우리들을 토닥여줄지도 모른다. 외롭더라도 돌아보면 곁에 사람이 있다. 같이 걸어요.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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