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찾은 건 내부 전체가 대전 마스코트 ‘꿈씨패밀리’로 꾸며진 ‘꿈씨테마열차’. 운행 횟수가 적어 쉽게 만나기 힘들었지만, 손자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마음 하나로 판암역과 서대전네거리역을 오가며 두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결국 허탕이었다.
“내일은 꼭 타실 수 있어요”…1대뿐인 열차 약속
다음 날 새벽 5시, 혹시 또 허탕칠까 두려운 마음으로 다시 오룡역을 찾은 할머니를 맞이한 건 야간 근무 직후의 김소희 역무원이었다. 그는 시간표를 내밀며 “오늘은 꼭 타실 수 있을 거예요. 좋은 추억 만드세요”라고 약속했다.
8시 53분, 꿈의 열차가 도착하다
1통의 손편지와 손수 만든 식혜로 전한 감사
그는 “그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가라앉았다. 결국 하루를 결정짓는 것도 누군가의 말 한마디라는 걸 알았다”고 회상했다.
18년차 역무원의 철학 “하루를 바꾸는 건 진심 한마디”
올해 1월 오룡역으로 옮겨온 뒤에는 매일 아침마다 먼저 인사하는 20대 승객도 생겼다. 김소희 역무원은 “그런 분들을 만나면 나도 따라 웃게 된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오룡역을 찾은 60대 최모 씨는 “여러 곳에서 살아봤지만, 역무원들이 친절해 어른들이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항상 행복할 순 없지만 ‘따뜻한 진심이’ 있다면
“진실되게 다가가고 싶어요. 결국 하루를 바꾸는 건 따뜻한 말 한마디더라고요.”
■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따만사)은 기부와 봉사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위기에 빠진 타인을 도운 의인들,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등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변에 숨겨진 ‘따만사’가 있으면 메일(ddamansa@donga.com) 주세요.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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