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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끈 손흥민이 태극기를 몸에 두른 채 기뻐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어느 해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던 ‘캡틴’ 손흥민(32·토트넘)이 선수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며 활짝 웃었다.
토트넘은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맨유)와의 2024~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전반 막판에 터진 브레넌 존슨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 1-0으로 이겼다.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은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진 못했지만, 후반 22분 교체 투입돼 경기가 끝날 때까지 20여 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손흥민은 우승이 확정된 뒤 시상식에서 주장 자격으로 맨 앞에서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렸다. 2010년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유럽 1군 무대에 데뷔한 이래 무려 15시즌 만에 처음 맛본 감격이었다.
◇ 끊이지 않는 이적설…시즌 뒤 결별 관측
유로파리그 우승 전까지 손흥민에게 이번 시즌은 최악, 그 자체였다. 표면적인 기록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이번 시즌 공식전 46경기(EPL 30경기 7골·유로파리그 10경기 3골·리그컵 4경기 1골·FA컵 2경기 0골)에 출전해 11골 12도움을 기록했다.
문제는 팀 성적이었다. 토트넘은 EPL 종료를 한 경기만 남긴 상황에서 11승 5무 21패 승점 38에 머물러있다. 순위는 강등권 바로 위인 17위. 한 경기를 남겨두고 있지만, 구단 역사상 역대 최저 승점이라는 불명예스런 기록이 확정됐다. 종전 최저 승점 기록은 1997~98시즌의 승점 44.
팬들의 따가운 시선은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함께 핵심 공격수이자 주장인 손흥민에게 쏠렸다. 설상가상 손흥민은 시즌 막판 발 부상을 당해 한 달 가량 경기에 출전하지도 못했다.
손흥민의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오는 7월, 33세가 되는 손흥민의 몸상태가 예전 같지 않고 부상도 잦다는 것이다. 손흥민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었지만 딱히 부정하기도 어려웠다.
이적설도 끊이지 않았다. 현지 매체에선 젊은 선수들로 팀을 개편하려는 토트넘이 손흥민을 다른 팀으로 보낼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 클럽이 손흥민에게 러브콜을 보냈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나오기도 했다.
토트넘 구단도 그런 분위기에 불을 지폈다. 토트넘은 올해 여름 계약 만료를 앞두고 손흥민과 재계약 협상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다년 재계약 대신 1년 계약 연장 옵션을 가동했다. 당연히 시즌 뒤 손흥민과 결별할 수 있다는 추측이 이어졌다.
지난 10년간 팀을 위해 헌신한 손흥민 입장에선 서운할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것이 프로스포츠의 비즈니스 세계다. 부상 여파가 있기는 했지만 유로파리그 결승전 선발 명단에 빠진 것도 손흥민의 현 상황을 잘 보여주는 예다.
◇사령탑 교체 여부도 이적 변수 될 듯
다음 시즌 토트넘의 지휘봉을 누가 잡을지도 손흥민의 거취에 중요한 변수다. 손흥민을 지지했던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었지만 리그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다음에 올 감독이 손흥민을 핵심 자원으로 인정할지는 미지수다. 그렇지 않다면 어쩔 수 없이 팀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반대로 토트넘이 손흥민과 동행을 계속 이어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토트넘은 이번 여름 쿠팡플레이가 주최하는 ‘쿠팡플레이 시리즈’에 참가해 또 다른 EPL 클럽과 친선매치를 치른다. 토트넘 입장에선 실력도 실력이지만 손흥민의 상품성을 무시할 수 없다.
손흥민은 유로파리그 우승 확정 후 그동안의 마음 고생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감독님이 많은 압박과 비판을 받았고, 나 역시 주장으로서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겪었다”며 “우승 부담감을 크게 느꼈고 정말 간절히 원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매일 밤 이번 경기를 생각하고 꿈꿨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드디어 현실이 됐고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모두에게 잊히지 않는 하루가 될 것 같다. 아마 내일 비행기를 놓칠지도 모르겠다”고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