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株 팔고 삼성전자 샀다…'강남 개미' 대형주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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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촌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권의 개인투자자가 올 들어 ‘대형주 쇼핑’에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관세 갈등이 한풀 꺾일 조짐을 보이는 데다 국내에선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며 대형주가 힘을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약·반도체 등 ‘1등주’ 눈독

신한투자증권이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에 거주하는 개인 고객 4533명(법인 및 외국인 제외)의 주식 계좌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올 들어 지난달까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인 알테오젠(98억원)이었다. 알테오젠 주가는 올 들어서만 12.44% 올랐다. 작년 말 경쟁사 할로자임테라퓨틱스와 알테오젠 파트너사인 머크 간 특허 분쟁에서 머크가 유리해진 덕분이란 분석이 나온다.

유가증권시장 시총 상위주도 ‘강남 개미’의 집중 매수 대상이었다. 순매수 2위는 삼성전자(69억원)였고 신세계(59억원), 현대차(56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미국발 관세 위협에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뛰며 실적 개선이 예상된 종목이다. 신세계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내수 진작 정책의 수혜주로 분류된다. 저조한 1분기 실적을 내놓으며 이날 주가가 약세였으나, 올 들어선 23.31% 올랐다. 현대차는 원·달러 환율 상승과 함께 미국의 품목별 관세 완화가 투자자의 관심을 끈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권 투자자는 코스닥시장 소형주엔 적극적인 매도로 대응했다. 같은 기간 순매도 1~3위는 로봇 기업 클로봇(-173억원), 비만약 관련주인 펩트론(-81억원), 바이오주 젬백스(-71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기업 실적보다 모멘텀(동력) 기반 투자가 쏠렸던 종목들이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적극적인 주가 부양에 나설 텐데 코스피지수에 편입된 대형주의 호응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삼성전자 현대차 등 시총 상위주는 주주환원을 위한 재무 여력도 충분한 만큼 소형주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대형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 사고 ‘코인주’ 팔고

해외 거래에서는 주가가 짓눌린 종목을 찾아다닌 특징이 두드러졌다. 순매수 1위는 테슬라(195억원)였다. 순매수 2위 나이키(104억원)의 약 두 배였다. 전날 테슬라는 올해 2월 이후 처음으로 시총 1조달러를 넘어섰다. 다만 전날 주가(318.38달러)는 역대 최고가(479.86달러·작년 12월 17일)의 66% 수준에 불과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복귀를 예고한 만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게 신한증권 측 설명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25.47% 급락한 나이키 주가 역시 이달에만 10.96% 반등했다. 꽤 괜찮은 직전 분기 실적이 관세 리스크를 상쇄하며 투자자 관심을 끌었다.

같은 기간 순매도 1위는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다. 투자자들은 총 23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지난달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지지부진했던 영향으로 해석됐다.

대형 기술주에 대한 경계심도 나타났다. 순매도가 몰린 애플(-66억원), 엔비디아(-63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업 팰런티어(46억원), 양자컴퓨팅업체 리게티컴퓨팅(43억원) 등은 순매수했다. 김기훈 에픽파트너 대표는 “2023년과 작년 매그니피센트7(M7) 기업의 주가 급등세를 경험한 투자자로선 정체된 흐름이 답답하게 느껴졌을 것”이라며 “해외 주식에 대한 수익 기대치가 높다 보니 주가 등락률이 극적인 성장주가 주목받았다”고 분석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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