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통 사태'에 떨었던 세계 4억명이 가입한 통신사 [최종석의 차트 밖은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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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5.04 11:04 수정2025.05.04 11:04

세계 주식 기행 : 세계 최대 다국적 통신기업 스페인 텔레포니카 [BME: TEF]

해킹으로 가입자 유심 정보가 유출된 SK텔레콤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의 가입자 수는 알뜰폰을 포함해 약 2500만명으로 국내 1위입니다. 유심 보호 서비스를 이용하면 문제가 없다지만, 국민의 상당수가 불안감을 느끼고 불편함을 겪는 것은 사실입니다.

O2 브랜드는 2000년대 초반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아스널의 유니폼 스폰서를 하면서 한국에도 널리 알려졌다. 아스널의 레전드인 티에리 앙리(왼쪽)와 이언 라이트. /아스널 제공

O2 브랜드는 2000년대 초반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아스널의 유니폼 스폰서를 하면서 한국에도 널리 알려졌다. 아스널의 레전드인 티에리 앙리(왼쪽)와 이언 라이트. /아스널 제공

지난주 지구 반대편에서도 통신 문제가 큰 불편을 초래한 일이 있었습니다. 한국처럼 해킹 사태는 아니지만, 스페인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일어나 수많은 사람이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을 수 없었습니다. 인터넷 연결도 되지 않는 곳이 많았습니다.

한국의 SK텔레콤처럼 스페인의 지배적 사업자는 텔레포니카입니다. SK텔레콤이 국내에서만 영업하는 것과 달리 텔레포니카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통신 서비스합니다.

텔레포니카의 가입자 수는 무려 3억9000만명입니다. 중국에서만 12억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차이나모바일을 제외하고 다국적 통신회사로는 최대 규모입니다.

텔레포니카는 모비스타, O2, 비보라는 3개의 브랜드를 통해 사업을 한다. /텔레포니카 제공

텔레포니카는 모비스타, O2, 비보라는 3개의 브랜드를 통해 사업을 한다. /텔레포니카 제공

텔레포니카는 스페인, 영국, 독일에서는 ‘O2’라는 브랜드로, 브라질에서는 ‘VIVO’라는 브랜드로 영업합니다. 스페인, 멕시코, 칠레, 우루과이,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에서는 ‘모비스타’라는 브랜드를 운영합니다.

다른 다국적 통신회사로는 독일 도이치텔레콤과 영국 보다폰이 있습니다. 도이치텔레콤은 ‘T모바일’이라는 브랜드로 미국 독일 폴란드 그리스 등에서 2억6140만명의 가입자를 갖고 입습니다.

보다폰은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그리스, 튀르키예 등 유럽 9개국과 이집트,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6개국에서 서비스하며, 가입자는 2억5500만명입니다. 보다폰은 최근 쓰리(3)와 합병해 영국 최대 모바일 회사로 올라섰습니다.

축구선수 김민재가 뛰고 있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강호 바이에른 뮌헨의 유니폼 스폰서는 T모바일이다. /EPA연합뉴스

축구선수 김민재가 뛰고 있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강호 바이에른 뮌헨의 유니폼 스폰서는 T모바일이다. /EPA연합뉴스

텔레포니카는 1924년 스페인 국영 전화회사로 출발한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1997년 스페인 시장이 자유화될 때까지 우리나라의 한국통신(현 KT)처럼 독점적인 전화 서비스를 했습니다.

1990년대부터 칠레, 아르헨티나를 시작으로 같은 스페인어권인 남미 주요 국가에 진출하며 해외 확장을 시작했습니다. 포르투갈어를 쓰는 브라질 시장에는 포르투갈 텔레콤과 조인트벤처로 2003년 진출했습니다.

중남미에서 승승장구하던 텔레포니카는 2006년 결정적인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영국, 독일, 아일랜드에서 통신 서비스하던 O2를 인수한 것입니다. O2는 영국 BT 그룹(옛 브리티시텔레콤)의 무선통신 사업 부문이었습니다. 당시 막대한 부채 지니고 재정난에 시달리던 BT 그룹은 울며 겨자 먹기로 O2를 텔레포니카에 180억 달러에 넘겼습니다.

런던 테임즈강변에 있는 O2 아레나. 대형 음악 공연과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런던의 대표 공연장이다. 후원사인 O2의 이름이 붙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런던 테임즈강변에 있는 O2 아레나. 대형 음악 공연과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런던의 대표 공연장이다. 후원사인 O2의 이름이 붙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O2는 2020년 버진미디어와의 합병을 통해 버진미디어 O2가 됩니다. 지분은 텔레포니카 UK과 버진미디어 모회사인 리버티 글로벌이 반반씩 갖고 있습니다. 버진미디어는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그룹의 자회사였지만 2013년 리버티 글로벌에 팔린 후 브랜드만 빌려 쓰고 있습니다. 리버티 글로벌은 지금은 사라진 미국 케이블회사 TCI의 사업부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현재 텔레포니카의 최대 주주는 지분 10%를 보유한 스페인 국부펀드의 지주회사 SEPI입니다. 2대 주주는 9.97%를 보유한 사우디 통신기업 STC 그룹입니다. STC는 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했다고 공시했지만, 시장에서는 향후에 적극적 경영권 행사를 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밖에 카이샤은행(5.0%), BBVA(4.9%), 등도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칠레의 모비스타 매장. /모비스타 제공

칠레의 모비스타 매장. /모비스타 제공

텔레포니카의 2024회계연도 매출은 413억1500만유로로 전년 대비 1.6% 올랐고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11억9400만유로로 1.2% 올랐습니다. 현금 흐름은 14.1%나 크게 개선됐습니다.

하지만 조정 이익은 2.8% 감소했습니다. 이는 남미 사업에서 자산을 4분기에 20억유로 이상을 손실 처리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회사 측은 환율 변동, 특히 브라질 헤알화 가치 하락이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습니다.

텔레포니카는 최근 재무구조를 강화하고 5G 기술에 투자하기 위해 부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치열한 시장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해왔습니다. 특히 경기 변동성에 취약하고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남미 지역 투자를 점진적으로 줄이고 있습니다. 텔레포니카는 올해 초 아르헨티나 사업을 12억5000만 달러에 매각하기도 했습니다.

'먹통 사태'에 떨었던 세계 4억명이 가입한 통신사 [최종석의 차트 밖은 유럽]

텔레포니카 주식은 스페인 마드리드와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돼있습니다. 주가는 지난 2일 4.450유로에 마감했습니다. 올들어 12.68% 올랐습니다.

텔레포니카는 연 7%가 넘는 배당 수익률을 기록해 배당 투자처로 매력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텔레포니카의 약점으로 성장성의 부재를 지적합니다. 그동안 클라우드 사업이나 사이번 보안 같은 분야에 투자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최근 목표가을 4.70유로에서 4.50유로로 내렸습니다. JP모간은 3.4유로에서 3.7유로 높였습니다.

최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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