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각) 미국 경제지 포춘은 두 개의 미국 대기업으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억만장자 상속녀 미치 퍼듀(84)의 삶을 조명했다.
세계적인 호텔 체인 ‘쉐라톤 호텔’을 창립한 가문에서 태어난 퍼듀는 16세일 때 아버지 어니스트 헨더슨이 사망하면서 형제·자매들과 함께 회사의 지분을 상속받았다. 122억 달러(약 16조6000억원) 규모의 호텔 기업에서 비롯된 유산은 퍼듀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줬다.
여기에 미국 최대 규모 닭고기 생산업체 ‘퍼듀 팜스’를 이끈 故 프랭크 퍼듀와의 결혼으로 그녀는 또 하나의 거대 유산을 물려받았다. 퍼듀 팜스는 지난해 100억 달러(약 13조6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이런 부에도 불구하고 퍼듀는 화려한 생활을 즐기기보다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부를 바라본다. 그는 “헨더슨 가문과 퍼듀 가문 모두 사치를 권하지 않았다. 명품 옷을 입는다고 점수를 따는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퍼듀는 일반 사람들과 다름없는 검소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새 신발을 사기보다는 고쳐 신고,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비행기를 탈 때는 이코노미석을 이용한다. 또한 대저택이 아닌 중산층 아파트에 거주한다. 그는 “14년째 살고 있는 아파트는 아주 평범한 중산층 건물이고, 나는 그게 좋다. 전용기를 타고 다니기만 하면 세상 돌아가는 걸 어떻게 알 수 있겠냐”라고 말했다.
1941년생인 퍼듀는 전쟁 중에 다섯 형제·자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는 물려받은 옷을 입으며 공립학교에 다녔다. 이후 사립학교를 거쳐 하버드에 입학했다. 20대 후반 아버지의 별세로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았지만, 그는 부에 기대지 않았다.농업에 흥미를 느낀 퍼듀는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 인근에 실험용 농지를 구매해 대학과 협업했다. 쌀 농장을 운영하며 매일 수 시간씩 땀을 흘렸다. 이후 농업과 정신 건강을 주제로 활동하는 언론인이 됐다.2022년부터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인도적 지원을 위해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 받은 120만 달러(약 16억3000만원) 상당의 약혼반지를 팔기도 했다. 현재는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자를 위한 인공지능(AI) 기반 트라우마 치료 시스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출장 때마다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는 것도 여전하다.
퍼듀는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중산층 아파트에서 수년간 살아오며 서민들과 어울려 생활해 왔다. 고급 차 대신 지하철을 이용하고, 새 옷보다는 중고 옷을 즐겨 입는다. 명품에 관심이 없고, 부를 과시하는 데서 보람을 느끼지 않는다. 퍼듀가 말하는 검소함은 단순한 생활 습관을 넘어서는 철학이다. 그는 “누군가가 정말 비싼 옷을 입었다고 칭찬하는 건 못 들어봤다. 대신 스카우트 대원이 되거나 봉사 활동을 하면 무척 칭찬받는다. 결국 남을 위해 봉사할 때 인정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퍼듀는 왜 부유한 사람이 일반인처럼 살아가는지를 묻는 사람들에게, 그 답은 ‘주는 기쁨’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받기만 하는 삶에는 공허함이 있지만, 주는 삶엔 끝없는 기쁨이 있다”며 “행복해지고 싶다면 누군가를 위해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라. 불행해지고 싶다면 세상이 내게 뭘 해줘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라”고 했다.
또 퍼듀는 “진정한 ‘부유한 삶’이란 단지 많은 돈을 갖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이어 “100년을 이어가는 가족기업은 정말 드물다. 그런데 헨더슨과 퍼듀 가문은 그걸 해냈다. 비결은 바로 ‘청지기 정신’”이라며 “돈을 탕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지켜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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