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엔 정답 없어…내 몸 괴롭히며 치열하게 연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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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 겸 안무가 최호종 인터뷰
18일 '이데일리 전략포럼' 오프닝 장식
고교 때 연극 캠프 계기로 무용까지 시작
"대치동서 정답 쫓너 날 치유해줘"
한국무용 넘어 현대무용까지 섭렵
"몸의 예술, 느끼는 대로 봐주세요"

  • 등록 2025-06-16 오전 5:30:00

    수정 2025-06-16 오전 5:3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대중과 꾸준히 소통하면서도 순수예술의 매력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무용가 겸 안무가 최호종. (사진=매니지먼트 낭만)

무용수 겸 안무가 최호종(31)은 최근 서울 중구 이데일리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엠넷 ‘스테이지 파이터’ 우승자인 최호종은 최근 단독 공연 ‘노웨어’까지 성공적으로 마치며 대중적인 스타로 자리매김했지만, 예술가로서의 활동도 함께 이어가고 있다.

최호종은 오는 18~19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16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오프닝 무대를 장식한다. 이날 최호종은 △인구 위기 △연대와 협력 △성 평등 △세대 간 화합 등 포럼 주제어를 키워드로 무용 퍼포먼스를 펼친다. 다음 달 10~11일에는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는 자신의 안무작 ‘버진 소일’을 초연한다. “고통의 사회적 작동 원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무용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예술가로서 최호종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최호종은 무용계에서 오랜만에 탄생한 ‘스타’다.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한국무용 전공자로 출연한 그는 ‘한국무용은 발레와 현대무용보다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편견을 깨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무용가 겸 안무가 최호종. (사진=매니지먼트 낭만)

방송으로 인지도를 쌓았지만, 최호종은 무용계에서는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무용수였다. 국립무용단에서 2017년부터 2024년까지 활동하며 부수석까지 올랐다. 국립무용단의 차세대 주역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퇴단을 결정하고 ‘스테이지 파이터’에 출연해 무용계에 충격을 줬다. 안정적인 직장 대신 프리랜서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최호종도 많은 고민이 있었다. 한국무용을 전공했지만 현대무용 작업을 더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 직접 안무와 연출을 맡아 자신만의 무용 공연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2021년부터 무용단 SAL(Subverted Anatomical Landscape, 전복된 해부학적 풍경)에서 활동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SAL은 최호종이 2021년 동갑내기 무용수 겸 안무가 배진호와 함께 창단한 단체다. 배진호가 대표 겸 예술감독을, 최호종이 부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최호종은 “국립무용단에서 한국 전통무용을 기반으로 창작 작업을 하는 것도 좋았지만, 조금 더 동시대적인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면서 “오랫동안 고민했고, 지금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과감히 (퇴단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무용가 겸 안무가 최호종. (사진=매니지먼트 낭만)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아쉬움도 없지 않다. 예술가로서의 고민을 담은 아쉬움이다. 최호종은 “우승이 목적이 아니었다. 예술가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자신을 괴롭히며 예술적 사유 속에서 무용을 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무용이라는 문화와 예술인의 생각을 방송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최호종은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열심히 학원을 다닌, 무용과 전혀 동떨어진 삶을 살던 학생이었다. 내성적인 성격에 유난히 말이 적었던 그는 어머니의 권유로 우연히 연극 캠프에 참여하면서 극단 디마르가리따에서 활동을 했다. 극단에서 만난 류미선 연출가의 추천으로 무용을 시작했다. 최호종은 “연극과 무용으로 만난 무대가 어린 시절 나에게 치유가 됐다”고 말했다.

무용엔 정답이 없다. 각자 느끼는 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점이 무용의 매력이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정답 맞히기’에 몰두했던 최호종이 무용에 매료된 것 또한 무용의 ‘정답 없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최호종 또한 동의했다.

“무용은 몸으로 하는 이야기라 모호할 수밖에 없어요. 현대미술을 볼 때 작품의 의미를 굳이 작가에게 물어보지 않는 것처럼, 무용도 느끼는 대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무용가 겸 안무가 최호종. (사진=매니지먼트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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