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바다에 차량 빠뜨려 처자식 살해
“동반자살 주장은 변명…짐 되니까 범행”
박 부장판사는 “지 씨의 범행은 천륜에 반하는 범죄다. 아들 1명은 바다에 빠진 차량 뒷좌석에 코피를 흘리고 있었고 다른 아들은 얼굴에 부산물로 가득차 싸늘하게 죽었다”고 말했다. 이어 “두 아들은 목숨을 잃는 순간까지 가장 사랑했던 부모가 자신들을 죽인다는 생각을 못했을 것”이라며 “지 씨 부부는 자신들을 믿고 따르던 자녀들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강조했다.
또 “지 씨는 바다에 빠진 직후 바닷물을 조금 마시고 숨이 막히는 답답함을 느끼자마자 매고 있던 안전벨트를 뚫어 열린 창문을 통해 차량에서 빠져나왔다”며 “그 직후 구조를 요청했다면 두 아들, 부인이 숨지는 참변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 판사는 “지 씨가 두 아들을 살해하고 부인과 같이 자살하려했다는 것은 변명 같다”며 “지 씨가 두 아들과 지병이 있는 아내가 짐이 될 것 같아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사건은 지난 6월 1일 새벽 전남 진도군 진도항 앞바다에서 발생했다. 지 씨는 부인 정모 씨(49)와 범행을 계획하고 약국에서 수면제를 구입해 음료에 타 두 아들에게 먹인 뒤 차량을 바다로 돌진시켰다. 차량은 수심 3~4m 바다에 가라앉았고, 지 씨는 혼자 탈출한 뒤 인근 산으로 도피했다가 다음 날 형에게 전화를 걸어 붙잡혔다.
선고 내내 피고인석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지 씨는 담담하게 법정을 떠났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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