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보고서 발간
거버넌스·데이터·내부통제 3축 강조
법무법인 바른 기업전략연구소는 14일 ‘ESG공시, 이제 법정공시입니다 - 2028년 시행, 지금 준비해야 할 것’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소는 지속가능성 공시 대응의 실체를 거버넌스(Governance)·데이터(Data)·내부통제(Internal Control) 세 축으로 압축하고, CEO와 이사회가 먼저 결정해야 할 10대 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의무공시 시점이 아니라 그 2년 전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누가 책임지고,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연구소가 제시한 첫 번째 축은 거버넌스다. 위원회 설치 여부를 넘어 이사회와 경영진이 실제로 어떤 통제·정책·절차·보상 체계로 지속가능성 위험과 기회를 관리·감독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독 의사결정기구와 개인의 책임, 보고 빈도, 목표 설정·감독, 성과지표의 보상 연계까지 문서화하고, 공시 오너십(CFO·전략·법무)과 이사회 감독 주체 간 역할·보고선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두 번째 축은 데이터다. 새 기준은 보고기업 범위를 재무제표와 동일한 연결실체로 요구한다. 지배기업뿐 아니라 모든 종속회사의 데이터를 산정·취합하는 체계를 갖추고, 종속회사별로 제각각인 데이터 관리 수준을 표준 템플릿과 제출 기준으로 통일해야 한다. 여기에 기후 위험이 재무제표 각 계정과목에 반영되는 경로를 추적하는 재무영향 산출 방법론을 회계·재무팀과 함께 수립하는 일이 핵심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Scope 1·2의 경우 배출권거래법상 검증기관의 검증 수치를 3월 말 동일 시점에 공시해야 하며, 가치사슬 전반의 Scope 3는 유예기간 안에 산정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세 번째 축은 내부통제다. 2030년부터 제3자 인증이 의무화되는 만큼, 인증에 대응 가능한 입력→검토→승인 프로세스와 이상수치 검토 로직, 증빙 보관 기준을 지금부터 정비해야 한다. 판단·추정·측정불확실성·오류의 수정과 재작성 등 작성 과정 전반을 감사 대응이 가능한 수준으로 상시 문서화하고, 수작업·엑셀 중심 관리에서 벗어나 ESG 데이터 플랫폼 등 시스템 기반 관리 체계로 전환할 것을 연구소는 주문했다.
CEO·이사회가 먼저 답해야 할 10가지 “예/아니오”가 아니라 “언제·누가·어느 수준으로”
연구소가 꼽은 10대 과제는 ①공시 총괄 책임 조직·임원과 이사회 내 감독 주체 지정 ②공시 주관을 재무(CFO) 라인과 ESG 조직 중 어디에서 담당할 지의 결정 ③Scope 3 15개 카테고리 중 공시 범위와 시점 확정 ④인증 대응이 가능한 ESG 데이터 내부통제 구축 ⑤연결기준 데이터 산정·취합을 위한 ERP·시스템 개선 ⑥협력사 데이터 확보를 위한 공급망 계약·조달 기준 반영 ⑦이사회 보고 빈도와 의사결정 범위 규정 ⑧기후·지속가능성 목표의 KPI·보상 체계 연계 ⑨탄소감축·전환 대응을 위한 중장기 투자계획 반영 ⑩2030년 제3자 인증 대비 문서화·증빙 관리 체계 준비다.
실무 차원의 이행 과제로는 기후 위험·기회의 재무영향 정량화, 연결기준 공시 체계 구축, 시나리오 분석 및 회복탄력성 평가, 재무적 중요성 판단의 재구조화, 작성 과정의 투명성 확보, 데이터 검증·내부통제 체계 마련, 거버넌스 공시의 구체화 등 일곱 가지가 제시됐다. 매년 같은 이슈를 반복 게재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재무적 중요성을 매 보고기간 재평가하는 절차를 공시 프로세스에 정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준희 바른 기업전략연구소장은 “공시 제도의 세부 요건은 실무 단위에서 대응할 수 있지만, 10가지 과제는 CEO와 이사회 차원에서 방향을 정하지 않으면 실무가 아예 움직일 수 없는 의사결정 사항”이라며 “각 항목은 ‘예/아니오’가 아니라 ‘언제·누가·어떤 수준으로’를 정하는 결정이고, 조직·재무·공급망·투자·성과체계 전반을 건드린다”고 말했다.
2028년에 시작하면 이미 늦는다 “의무공시 2년 전에 착수하라”
연구소가 제시한 준비 로드맵의 핵심은 착수 시점이다. 의무공시 2년 전(T-2)에 적용 시점과 연결 범위를 확정하고 이사회 오너십을 지정하며, 현행 GRI 보고서와 새 기준 간 갭 분석에 착수해야 한다. 1년 전(T-1)에는 연결 데이터 수집 체계와 표준 템플릿, ESG 데이터 플랫폼과 내부통제를 구축하고 기후 시나리오 분석 프레임워크를 세운 뒤, 모의 공시(dry-run)로 문서화·증빙 체계를 점검한다. 그리고 공시 연도(T-0)에 사업보고서 내 법정공시를 이행하는 흐름이다.
규모별 시사점도 분명하다. 2028년 시행이 임박한 연결자산 10조원 이상 기업은 이미 시범 단계에 있어야 하며, 아직 진단 단계라면 압축 이행이 불가피하다. 5조원 이상 기업은 2027년이 준비 착수 시점인 만큼 지금 진단을 시작해야 여유 있는 이행이 가능하다. 대상·시점이 검토 단계인 2조원 이상 기업도 선행 기업의 사례를 관찰하며 사전 준비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
30조에서 10조로… 문턱이 확 낮아졌다
이 같은 대응이 요구되는 배경에는 지난 8일 확정된 「지속가능성(ESG) 공시 제도화 방안」 최종안이 있다. 정부와 여당은 당정협의회를 열고 공시 대상, 공시 채널, 제3자 인증 세 축을 지난 2월 초안보다 뚜렷하게 강화했다. 적용 기준금액이 연결자산 30조원에서 10조원 이상으로 낮아지며 대상 코스피 상장사가 크게 늘었고, 2028년(FY27) 10조원 이상을 시작으로 2029년 5조원, 2030년 2조원까지 단계적 확대가 검토된다. 공시 채널도 거래소 단계 없이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2028년부터 곧바로 사업보고서 내 법정공시로 시행되며, 보고 시점은 재무제표와 같은 3월 말로 통일된다.
제도 연착륙을 위한 완충장치도 마련됐다. 공시 첫해에 한해 자산과 매출이 모두 연결기준 10% 미만인 종속회사는 공시가 면제되고, 시행 초기 3년간은 예측·추정 정보뿐 아니라 당해연도 배출량 등 공시정보 전체에 대해 손해배상·행정제재가 한시적으로 면제되는 적극적 면책(safe harbor)이 도입된다. 이후에도 고의·중과실이 없으면 손해배상·행정제재를 면하고 형사책임은 배제되지만, ‘고의적 그린워싱’은 면책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준희 소장은 “기존 공시가 이해관계자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이었다면, 앞으로의 공시는 투자자에게 검증 가능한 재무적 사실을 증명하는 일에 가깝다”며 “보고서 양식이 바뀌는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 산정 방식부터 조직 간 협업 구조, 내부통제, 문서화 관행까지 기업 운영 전반의 재설계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를 통과할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최종 내용을 지켜봐야 하지만 방향은 이미 명확하다”며 “제도 시행이 임박한 뒤 움직이면 늦는 만큼, 지금이 대응 설계를 시작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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