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서울 강남의 골목에 차량 한 대가 멈춰섰다. 승객이 카카오T로 택시를 부르자 달려온 자율주행차다. 운전석이 빈 차량은 신호등과 보행자, 오토바이가 뒤엉킨 강남 도로를 인식하며 목적지로 향했다. 인공지능(AI)이 더 이상 화면 속 기술에 머물지 않고 현실 공간으로 나온 장면이다.
24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스트롱코리아 포럼 2026’에서 김진규 카카오모빌리티 피지컬 AI부문 부사장은 이런 내용이 담긴 발표 자료와 함께 “미국과 중국이 아직 자국 중심의 자율주행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국내 도로 여건과 산업 구조에 맞는 피지컬 AI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이 한국 상황에 맞는 자율주행차를 최적화할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3월부터 강남구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에서 카카오T 앱으로 호출할 수 있는 ‘강남 심야 서울자율차’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피지컬 AI가 일상 서비스로 확장되는 본보기다. 생성형 AI가 글과 이미지를 만드는 기술이었다면 피지컬 AI는 자동차와 로봇, 드론, 의료기기처럼 현실 세계에서 직접 움직인다. AI가 현실에서 안전하게 작동하려면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보고, 판단하고, 곧바로 행동해야 한다.
아직 피지컬 AI 구현에는 기술적 병목이 작지 않다. 로봇과 자율주행차가 모든 판단을 자체 반도체 안에서 처리하려면 연산 부담이 크다. 이상엽 LG유플러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피지컬 AI는 생성형 AI보다 처리해야 할 토큰이 1000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AI가 안정적으로 움직이려면 주변 상황을 인식한 뒤 일정 기준(약 0.2초) 안팎에 제어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현재로선 반도체 성능을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통신업계는 이 문제를 네트워크 차원에서 풀 수 있다고 보고 연구 중이다. 로봇과 자율주행차가 모든 연산을 기기 안에서 끝내는 대신 기지국이 일부 AI 추론을 나눠 맡는 방식이다. 기지국을 범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반으로 한 서버 위에서 구동하고 같은 인프라에서 AI 서비스까지 처리하는 인공지능 무선접속망(AI-RAN)이 대표적 해법이다. 통신망이 단순한 데이터 통로가 아니라 피지컬 AI의 분산 연산 인프라로 바뀌는 것이다.
최성호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통신전파위성 PM은 “6세대(6G)는 기존 5G 다음이 아니라 AI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술”이라며 “6G 표준화가 진행되는 지금이 자율주행차와 로봇을 제대로 움직일 네트워크 구조를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6G 첫 표준은 2028년 말 완료되고 2030년 전후에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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