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에서도 현장 데이터를 학습해 갈수록 똑똑해지는 ‘멈춤 없는 지능’ 구축이 필요합니다.”
조익환 SK텔레콤 피지컬AI 담당 부사장은 24일 ‘스트롱코리아 포럼 2026’ 세션에서 “전통적인 자동화 방식으로는 비정형 상황이 많은 현대 제조업을 더 이상 커버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정해진 공정만 반복하는 기존 자동화로는 인구 감소와 숙련공 은퇴로 무너지는 제조 현장을 떠받칠 수 없다는 얘기다. 로봇이 사람의 빈자리를 메우려면 현장 데이터를 계속 흡수하고, 예외 상황에서도 스스로 판단해 행동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역량이 피지컬 인공지능(AI) 시대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 韓 제조업엔 큰 기회
조 부사장은 이 같은 변화가 한국 제조업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많은 선진국이 인력과 구조적 문제 때문에 제조업을 포기했지만 우리는 아직 제조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 수준의 반도체·자동차·배터리·물류 현장에 쌓인 숙련공의 손동작과 판단, 공정 노하우를 로봇 학습 데이터로 바꾸면 피지컬 AI 시대 제조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 부사장이 주목한 기술은 로봇파운데이션모델(RFM)이다. 그는 “RFM은 정보를 받아들인 다음 물리적인 출력값을 낸다”며 “로봇이 보고 들은 것을 판단해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로봇이 통제된 환경에서 정해진 작업을 반복했다면 RFM은 비정형 환경에서도 스스로 ‘인지-판단-행동’할 수 있는 범용 로봇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데이터 확보다. 조 부사장은 “RFM은 대규모언어모델(LLM)보다 훨씬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생성해내는 부분부터 허들이 높다”며 “예컨대 휴머노이드가 반도체 웨이퍼를 떨어뜨리면 수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합성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가상환경에서만 학습하면 현실과의 차이인 ‘심투리얼 갭(sim-to-real gap)’이 생길 수 있으니 웨이퍼를 다루는 미세한 동작을 데이터화하고, 디지털 트윈에서 수많은 시도를 반복한 뒤 검증된 행동만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고 조 부사장은 조언했다.
◇ ‘데이터 플라이휠’ 만들어야
고태봉 iM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소프트웨어 경쟁이 자율주행에서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피지컬 AI를 실제로 구동하는 건 소프트웨어”라며 “자동차가 피지컬 AI의 핵심 폼팩터로 등장한 이유는 압도적인 실세계 데이터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자율주행 기술의 주도권이 룰베이스(규칙 입력 기반) 방식에서 AI 기반의 엔드투엔드(E2E) 방식으로 넘어간 것도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모으고 성능 개선으로 연결했느냐’가 경쟁력을 갈랐다고 설명했다. 고 본부장은 “E2E는 데이터를 먹고 자라는 기술”이라며 “많은 자동차가 있으면 많은 데이터가 생기고, 그 데이터가 상품성을 높여 다시 구매로 이어지는 ‘데이터 플라이휠’이 핵심”이라고 했다.
고 본부장은 이런 구조가 로봇과 제조업으로 확장될 것으로 봤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피지컬 AI가 사람의 숙련을 대체하려면 현장 장인의 감각과 판단을 실제 데이터로 끌어내야 한다는 논리다. 그는 “피지컬 AI는 생성형 AI나 에이전틱 AI와 비교가 안 될 만큼 많은 데이터를 요구한다”며 “30초짜리 모션 데이터를 모으는 데 20억 토큰, 책으로 치면 1만5000권 분량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가장 좋은 점은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공장에 있는 숙련된 장인의 동작을 로봇으로 옮기고 실제 데이터를 많이 모으는 게 대한민국의 숙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 현장에 이를 안착시키려면 로봇을 개별 장비가 아니라 플랫폼으로 묶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준호 LG CNS 스마트물류&시티사업부 전무는 “엔비디아가 협업하려고 하는 것도 로봇 플랫폼”이라며 “제조 현장의 공정 데이터와 물류 현장의 작업 데이터를 모아 로봇 모델을 지속적으로 학습시키고 여러 로봇과 자동화 설비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봇을 사람, 설비와 함께 움직이는 ‘워크포스’로 관리해야 생산성이 나온다는 것이다.
안정훈/라현진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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