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시장 월세화 빨라지고
稅부담과 거래비용 점점 늘어
실물자산 비중 높은 한국사회
자산이 있어도 현금이 없으면
세금과 금리 앞에서 취약해져
부동산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먼저 가격을 묻는다. 집값이 오르는지, 전세가 버틸지, 월세가 얼마나 더 뛸지를 묻는다. 그러나 주택시장의 본질은 가격표에만 있지 않다. 집은 숫자이기 전에 공간이고, 시장은 호가가 아니라 삶의 구조 위에서 움직인다.
지금 한국의 주택시장을 흔드는 것은 단순한 가격의 등락만이 아니다. 가구는 더 잘게 나뉘고, 전세는 빠르게 월세로 바뀌며, 세금과 거래비용은 보유와 이동을 함께 누르고 있다. 집이 있다고 해서 삶이 자동으로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집이 있어도 현금흐름이 막히고 이동이 어려워지는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문제는 부족 그 자체보다 순환이 멈춘 구조에 있다.
주택 수요를 볼 때 이제 인구수만 보아서는 안 된다.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 수보다 가구 수다. 2024년 1인 가구는 804만5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6.1%를 차지했고, 2인 가구까지 합치면 1·2인 가구 비중은 65.1%에 이른다. 동시에 2025년 혼인 건수는 24만326건으로 전년보다 8.1% 증가했고, 이혼 건수는 8만8130건으로 3.3% 감소했지만 여전히 큰 규모다.
혼인은 새로운 독립 가구를 만들고, 이혼은 하나의 가구를 둘로 나누며, 고령화는 노인 단독가구를 늘린다. 결국 지금의 주택 수요 증가는 어느 한 변수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가구가 더 작아지고 더 많이 분화되는 구조 속에서 최근의 혼인 증가까지 겹치며 필요한 주택 수가 계속 늘어나는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사람 수가 같아도 가구 수가 늘면 필요한 집은 더 많아진다.
이렇게 수요 구조가 바뀌는 동안 임대차 시장의 질도 함께 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와 시장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월세 비중은 60%를 웃도는 높은 수준을 이어갔고, 작년 5월에는 63.1%, 6월 누계 기준으로는 63.3%까지 올라갔다. 이는 전세 중심 구조가 월세 중심 구조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세의 월세화는 단순히 계약 방식이 달라지는 문제가 아니다. 같은 집에 살아도 매달 빠져나가는 현금이 늘고, 자산 형성의 사다리는 더 약해진다는 뜻이다. 전세는 목돈 부담이 크지만, 월세는 생활 전체를 조금씩 갉아먹는다. 주거는 그대로인데, 살림은 더 빠듯해지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구조 위에 세금이 시장을 조정하기보다 자산을 붙들어 매는 방식으로 올라앉을 때 더 커진다는 점이다.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6678만원이고, 이 가운데 실물자산은 4억2988만원으로 75.8%를 차지한다. 한국 가계의 자산은 여전히 대부분이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에 묶여 있다는 뜻이다. 자산이 묶여 있다는 것은 겉으로는 든든해 보여도 실제 생활에서는 취약할 수 있다. 집은 쉽게 쪼개서 쓸 수 없고, 필요할 때 바로 현금이 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세금은 부동산 가치로 내는 것이 아니라 현금으로 낸다. 자산은 집 안에 있는데, 세금은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국민은 "재산이 있는데도 왜 이렇게 숨이 차는가"를 체감하게 된다.
확인되는 숫자도 가볍지 않다. 2025년 종합부동산세는 62만9000명에게 총 5조3000억원이 고지됐고, 이 가운데 주택분 과세 인원은 54만명, 세액은 1조7000억원이었다. 여기에 재산세 등 다른 보유세도 별도로 존재한다. 물론 이 금액이 모든 국민에게 균등하게 나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총액보다 구조다. 실물자산 비중이 높은 사회에서 보유세와 거래 관련 세 부담이 누적되면 국민은 현금흐름 압박을 받게 된다.
지금 시장이 체감하는 위기는 단순한 세 부담 증가가 아니다. 가계의 현금흐름은 약해지고, 민간의 자산 축적 여력은 줄어들며, 그 빈자리를 국가의 재정 흡수력이 채우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데 있다. 이 문장은 통계 그 자체라기보다 현재 시장이 느끼는 현실에 대한 해석에 가깝다.
더 심각한 것은 그다음의 효과다. 세 부담이 커지면 시장은 활발해지기보다 잠길 가능성이 크다. 국토연구원은 취득세 인상이 단기적으로 거래량을 줄이고 가격 안정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또 양도소득세 인상은 동결 효과를 낳고 전셋값 상승을 유도할 수 있으며, 세 부담 증가가 임차인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거래세와 자본이득세는 주거 이동에 직접 영향을 주고, 높은 거래세는 거래량 감소와 연관되는 경우가 많다고 정리한다. 이는 단순히 세금을 더 내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더 넓은 집이 필요한 가구도, 더 작은 집으로 옮겨야 하는 고령층도, 자산을 재배치해야 하는 은퇴 세대도 세금과 비용 때문에 결정을 미루게 된다. 그 결과 시장은 얇아지고, 거래는 줄고, 임대료 전가 가능성은 커진다. 정부는 세수를 확보할 수 있지만, 국민은 거래 감소와 유동성 악화라는 이중 부담을 지게 된다.
그렇다면 국민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답은 거창하지 않다. 실물자산 비중이 높은 가계일수록 반드시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자산이 있어도 현금이 없으면 세금과 금리 앞에서 약하다. 잦은 매매를 전제로 한 자산운용은 더 신중해야 한다. 거래세와 양도세가 큰 시장에서는 회전보다 버티는 비용과 세후 수익을 먼저 따져야 한다.
실거주와 투자 목적도 분명히 나누어야 한다. 실거주 주택은 생활의 기반으로 보되, 투자 판단은 가격 상승 기대보다 세후 현금흐름과 이동 가능성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야 한다. 정부 정책을 당장 바꾸지 못하더라도 가계는 자산을 전부 비유동성 자산에 묶어두는 선택만은 줄여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공격적인 추격매수가 아니라 세금과 거래비용을 견딜 수 있는 구조로 자산을 다시 짜는 일이다.
결국 지금의 부동산 문제는 하나의 구호로 풀리지 않는다. 가구는 늘고, 전세는 월세로 바뀌고, 세금은 거래와 보유를 동시에 누르며, 시장은 점점 더 잠긴다. 이 구조가 계속되면 집은 남아 있어도 국민은 더 가난해질 수 있다. 자산은 있는데 현금흐름은 약해지고, 민간의 자산 축적 여력은 줄어들며, 그 빈자리를 국가의 재정 흡수력이 채우는 구조가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 정책은 가격만 보는 정책이 아니라 가구 구조와 임대차의 질, 세제의 방향과 거래의 유동성을 함께 보는 정책이어야 한다. 집은 자산이기 전에 생활이고, 세금은 징벌이기 전에 제도여야 한다.
[이인화 도원건축사무소 대표·부동산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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