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파산하면 보증금 못받나요?"… 임차인이 알아야 할 법적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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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파산하면 보증금 못받나요?"… 임차인이 알아야 할 법적권리

입력 : 2026.04.23 16:04

양정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사

양정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사

몇 년 전 전국을 휩쓴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여파로, 임대인의 파산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간혹 보증금 반환 채무를 면하기 위해 파산을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임대인의 파산 통지를 받은 임차인들의 걱정은 한결같다.

"집주인이 파산했다는데 이제 보증금은 못 받는 건가요?" 파산이라는 것 자체가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파산과 면책을 같은 의미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파산은 채무자의 재산을 정리해 채권자에게 배당하는 절차다. 즉 채무자의 재산을 환가해(값으로 환산해 현금화) 가능한 범위에서 채권을 변제하는 과정이다. 반면 면책은 파산 절차 이후에도 남아 있는 채무에 대해 채무자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따라서 파산이 선고됐다고 채무가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법원이 면책을 허가해야 비로소 채무가 면제된다. 채무자가 재산을 숨기거나 허위 자료를 제출한 경우, 또는 과도한 낭비나 도박 등으로 채무를 증가시킨 경우에는 면책이 불허가 될 수 있다.특히 다주택 갭투자의 경우에는 임차인 보증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사례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재산 상태에 대한 허위 진술이나 사기 파산 여부 등이 문제가 돼 면책 불허가 사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접수된 임대차보증금 반환 사건에서도 이 같은 법리가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임대인 A씨는 2023년에 파산 선고를 받았지만, 2026년 면책 신청이 불허가됐다. 이로써 임차인들은 파산 절차에서 배당을 받은 이후에도 부족한 보증금에 대한 추심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즉 파산은 채무를 정리하고 새출발하는 절차지만, 채권자들에게 채권 회수 기회가 완전히 막힌다고 볼 수는 없다. 물론 면책이 항상 허가되는 것은 아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재산 은닉, 허위 진술, 과도한 낭비, 사기 파산 등의 경우 면책을 불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보증금을 다른 용도로 전용하거나, 무리한 갭투자로 다수 임차인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에는 면책 불허가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채무자가 채권자 목록에서 보증금 채권을 악의로 누락한 경우에는 면책 결정이 확정되더라도 비면책 채권으로 남는다. 전세사기와 같이 고의적 불법행위가 인정되는 경우 역시 면책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결국 임차인의 대응 정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첫째, 반드시 채권신고를 해야 한다. 채권자표에 확정되면 별도의 판결 없이도 집행이 가능하다. 둘째, 면책 심문 기일에 출석하거나 이의 신청을 통해 면책 불허가 사유를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셋째, 면책이 불허가 되거나 비면책 채권에 해당하는 경우 재산 조회 등을 통해 끝까지 추심을 이어가야 한다.

[양정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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