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 직원이 불법 촬영 혐의로 법정 구속됐지만, 피해 직원에 대한 영화제 측 대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은 21일 부국제의 성평등 조직문화 개선 요청,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 등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부산지법 형사10단독 허성민 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 씨에게 17일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A 씨에게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명령도 내렸다.
부국제 직원인 A씨는 자신이 소속된 팀에서 단기 계약직 직원으로 일한 30대 여성 B 씨와 성관계하는 장면을 동의 없이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2023년 7월 자신이 B 씨와 성관계하는 모습을 침대 옆 협탁에 세워둔 휴대전화를 이용해 영상으로 촬영했고, 같은 해 4월에도 휴대전화로 B 씨와 성관계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사진으로 찍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불법 촬영을 뒤늦게 알게 된 B 씨는 지난해 5월 A 씨를 경찰과 든든에 신고했고, 부산지검은 지난해 11월 A씨를 불구속 상태로 기소했다.
든든 측은 이 과정에서 부국제 측이 밝힌 입장 중 사실을 왜곡하는 부분이 있으며, 피해자는 성폭력 피해만이 아니라 이후의 부국제 측의 부실한 조치와 대응으로 인해 더욱 상처받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부국제에서 연이어 발생한 성폭력.성희롱 사건은 단순히 특정인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며 "피해신고 후 부국제는 가해자와의 분리조치 요구에도 사정을 이유로 가해자와 같이 사용하는 공간의 출입구 인접에 피해자를 배치했고, 든든의 거듭된 요구 끝에서야 공간을 분리했는데, 이는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초기 대응에서, 사무국 내 사건 담당자가 전담 인력의 부재를 이유로 A씨와 친분이 있는 사람으로 변경됐다"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공정한 업무 처리에 불안을 느끼게 한 점 역시 반복된 성폭력.성희롱 사건에도 조직문화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A씨에 대한 해임 징계를 '정직 6개월'로 감경한 것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든든은 또 "사건 발생 이후, 피해자는 부국제로부터 직접적인 공식 사과도 받지 못하였으며 회복 프로그램이나 지원 절차에 대한 안내도 받지 못하고 사실상 방치되어 왔다"며 "피해자는 부국제가 직접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면서 공식적인 사과와 피해 복구를 위한 실질적 지원 방안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영화진흥위원회가 이번 부국제 '불법촬영'사건을 계기로, 국내 전 영화제를 대상으로 실태 파악을 위한 연구 조사를 하여 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