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서울서 기획전
세오 등 국내외 작가 11명
삶의 의미 묻는 작품 선보여
성취와 효율이 기준이 된 시대,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흔히 불안으로 받아들인다. 서울 한남동 파운드리 서울의 새 기획전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비어 있는 시간이 아니라, 가장 밀도 높게 내면을 확장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역설한다.
전시명인 '돌체 파르 니엔테(Dolce Far Niente)'는 이탈리아어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달콤함'을 뜻한다. 여기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게으름·나태와는 거리가 멀다. 성취와 목적의 압박에서 한발 물러나 삶의 속도를 늦추는 의식적인 한가로움이다.
참여 작가 11인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달콤한 멈춤을 시각화한다. 휠체어를 타는 작가 엠 케트너는 계단의 안전 손잡이를 닮은 조각을 통해 관람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효율적인 이동을 돕던 도구인 안전 손잡이는 작가의 손길을 거쳐 세밀한 삽화가 담긴 예술품으로 변모한다. 관람객은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사물과 새롭게 관계 맺는 법을 경험한다.
여성 사진 작가 픽시 랴오의 작업은 관계의 역학을 뒤바꾼다. 작가는 파트너와 함께하는 일상을 2008년부터 기록해왔다. 랴오는 사회적 통념이나 성 역할에서 벗어난 지극히 사적인 풍경을 제시한다. 이는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때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평온한 내면의 상태를 보여준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세오는 어렸을 때 입양된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회복력과 보살핌을 주제로 탐구한다. 꽃을 연상시키는 그의 도자는 부서지기 쉬운 연약함과 단단한 생명력을 동시에 품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내면을 보듬는 행위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전시는 5월 9일까지.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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