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합성섬유 등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가격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료인 나프타에 비해 에틸렌 가격이 올라 마진 개선으로 이어졌다. 석유화학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여전히 적자 구간이지만 “적어도 바닥은 찍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 “적자 폭 줄었다”
27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에틸렌과 나프타 가격 차이를 뜻하는 ‘에틸렌 스프레드’의 월평균 가격은 MT당 200.9달러였다. 올 들어 처음으로 200달러를 넘었다. 이달 들어서도 1~22일 평균 MT당 202.82달러를 기록했다.
에틸렌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각종 플라스틱, 섬유, 비닐 등의 기초 원료가 되는 필수 재료다. 석유화학 기업은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정제한 뒤 에틸렌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나프타(원재료)와 에틸렌(제품) 가격 차이가 기업의 수익성을 결정한다. 통상 에틸렌 스프레드가 최소 250달러 이상 돼야 흑자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본다.
에틸렌 스프레드를 감안하면 여전히 적자지만 200달러 아래를 횡보한 올해 1~6월보다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난 1월 158.2달러였고 6월에도 174.15달러에 그쳤다. 6월과 비교하면 30달러가량 회복한 수준이다.
2분기부터 본격화한 중국 석유화학 공장의 가동률 하락, 한국 공장 자체 감산 등으로 에틸렌 가격이 반등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에틸렌 가격은 5월 MT당 743달러까지 떨어졌다가 6월 767.5달러, 7월 783.8달러, 8월 781.3달러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석유화학 기업은 점차 적자를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 상반기 국내 9개 석유화학 기업의 평균 매출 원가율은 98.6%였다. 제품 제조 비용과 판매가격이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의미다. 여기에 유통비, 광고비 등 판매관리비를 더하니 적자를 피할 수 없었다. 3분기부터는 매출 원가율을 낮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가격 전망 엇갈려
석화 기초제품의 가격 추세를 두고 전망은 엇갈린다. 중국과 한국 기업이 단기간에 가동률을 높이지 않음에 따라 점진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과 경기 침체, 전방 수요 부진으로 에틸렌 스프레드가 현 수준에서 횡보할 것이란 예측이 공존한다. 다만 업계는 마진이 더 나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구조조정 성패가 에틸렌 가격 향방을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내 석유화학 기업은 협상을 통해 에틸렌 설비를 최대 25% 감축하기로 했다. 구조조정을 거쳐 공급 과잉 현상이 해소되면 흑자로 돌아설 수도 있다. 중국도 과잉 설비에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중국의 에틸렌 공급량은 한국의 생산량만큼 중요한 변수다.
플라스틱, 비닐, 섬유 제조사 등도 국내 석유화학 시장과 에틸렌 가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합성섬유 제조업체 관계자는 “에틸렌 가격은 다운스트림 제품 단가와 연동되는 경향이 있어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