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상황시 인플레이션 수용이 오히려 부채 감축시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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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K 국제컨퍼런스’ 비앙키 존스홉킨스대 교수 발표
OECD 37개국, 펜대믹 시기 인플레이션 분석 결과
“코로나 시기 인플레이션, 정부 재정조달에 80% 충당”
“부채 실질가치 하락하며 정부 재정 조달 확대 효과”

  • 등록 2025-06-02 오후 5:07:57

    수정 2025-06-02 오후 5:07:57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세계 각국이 대규모 재정 지출을 단행한 가운데, 상당 부분이 인플레이션을 통해 조달됐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인플레이션이 예상치 않게 크게 오름으로 인해 부채의 실질가치가 하락하면서 정부 재정 조달에 도움을 줬다는 주장이다. 재정충격 이후 과도한 긴축을 통해 경기침체를 유발하는 대신, 완만한 인플레이션을 수용하는 것이 오히려 부채를 효율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는 제언이 따랐다.

프란체스코 비앙키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2일 한국은행에서 개최된 ‘2025년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프란체스코 비앙키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2일 한국은행에서 개최된 ‘2025년 BOK 국제컨퍼런스’ 3세션에서 “인플레이션을 잘 활용하면 부채의 가치 감소 및 경기 진작을 유도해 더 많은 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비앙키 교수는 ‘OECD 국가에서 재정 요인이 인플레이션에 미친 영향: 2020~2023년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통해 OECD 37개국의 사례를 통해 재정과 물가 간의 관계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분석은 팬데믹 기간(2020~2021년) 중의 GDP 대비 정부지출 증가분을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기준 정부부채 비율과 부채의 평균만기로 나누어 정규화한 변수를 반영했다. 또 통화당국과 재정정책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상황을 가정했다.

분석 결과, 정부 재정의 약 80%가 미래의 조세인상, 정부지출 삭감 등의 전통적 재원 조달 방식보다는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에 따른 부채의 실질가치 하락을 통해 대체로 충당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코어 CPI 반응계수는 각각 0.78, 0.84로 추정돼 팬데믹 시기 정부지출 증가분의 약 80%가 인플레이션에 의해 조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비앙키 교수는 “과거 20년간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팬데믹 시기에는 오히려 재정정책이 인플레이션을 견인하는 주체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 흥미로운 점은 기존의 부채 규모가 클수록 인플레이션 압력이 오히려 낮아졌다는 것이다. 복합 정부지출 변수에 대한 인플레이션 반응은 2022년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하는 언덕모양(hump-shape) 패턴을 보였으며, 이는 재정지출 충격이 일정한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됐음을 시사했다.

비앙키 교수는 “부채가 크다는 것은 재정 신뢰도가 일정 수준 유지됐다는 의미로, 추가적인 재정 충격이 발생해도 이를 인플레이션으로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가격 경직성과 정책 학습효과, 부채 만기구조 등의 요인으로 인해 재정지출 충격이 즉각적인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보다는 물가에 서서히 전가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재정충격 이후 과도한 긴축을 통해 경기침체를 유발하는 대신, 완만한 인플레이션을 수용하는 것이 오히려 부채를 효율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는 점을 함의했다.

비앙키 교수는 “이미 대규모 재정지출이 결정된 상황이라면, 중앙은행이 이를 억제하기 위해 경기침체를 유발하기보다는 일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수용하는 편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 “팬데믹 시기의 정책 결정은 향후 비상상황에서 재정-통화 간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팬데믹 당시의 재정지출 규모 자체가 과도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보다 신중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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