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였던 내가 국가대표팀에 뽑혔다” 감격한 서민우···“김병수·정정용 감독님 가르침 잊지 않을 것” [이근승의 믹스트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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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부터 잠이 안 오더라고요. 심장이 마구 뛰었습니다. 기도했어요. ‘국가대표팀에서 증명할 기회를 딱 한 번만 달라’고.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졌습니다.”

서민우(27·강원 FC)가 꿈을 이루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6월 23일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 나설 한국 축구 대표팀 23명의 선수를 발표했다.

서민우가 생애 첫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사진=이근승 기자

서민우가 생애 첫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사진=이근승 기자

E-1 챔피언십은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정한 A매치 기간에 열리지 않는다. E-1 챔피언십엔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등 유럽에서 활약 중인 국외파의 출전 의무가 없다.

KFA는 대표팀 명단 23명 가운데 19명을 K리그1에서 뽑았다. K리그2에선 1명, J1리그(일본)에선 3명을 불러들였다.

서민우가 이번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서민우가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민우(사진 가운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서민우(사진 가운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서민우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국가대표는 축구를 시작한 날부터 제 꿈이었어요. 저는 축구하는 내내 비주류였습니다. 그런 제가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한 아주 소중한 기회를 잡았어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제 모든 걸 쏟아낼 거예요. 자신 있습니다.” 서민우의 얘기다.

서민우는 2020시즌 강원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서민우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누구보다 성실했다.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역할에 집중하면서 입지를 넓혀갔다.

2022시즌이었다. 서민우가 프로 데뷔 후 처음 단일 시즌 전경기(38)를 소화했다. 서민우는 이 시즌 리그 38경기에서 1도움을 기록했다.

매 경기 많은 활동량으로 공·수를 오가는 미드필더가 한 시즌 전경기를 소화했다는 건 그가 자신의 몸관리에 얼마나 철저한 선수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김천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친 서민우(사진 오른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천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친 서민우(사진 오른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서민우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서민우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보면서 한 단계 도약을 결심한다.

서민우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보고 많은 걸 느꼈다”며 “개인적으로 ‘고강도 러닝’에 대한 고민이 많은 때였다”고 돌아봤다.

서민우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떠올리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보면서 에너지 레벨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어요. 어떻게 하면 100분 이상 높은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죠. 30개월 계획을 짰습니다. 입대 전 12개월, 군 복무 18개월을 합쳐 30개월 동안 제가 집중적으로 해야 할 것을 정리한 거죠. 목표는 명확했어요. ‘국가대표팀 발탁’이었습니다.”

30개월 프로젝트의 목표는 분명했다. 서민우는 그라운드 위에서 더 높은 에너지 레벨을 보이고자 했다.

김천상무 시절 서민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천상무 시절 서민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서민우는 “스프린트 등이 부족했다”며 “그 부분을 채우기 위해 고강도 러닝을 정말 많이 했다”고 말했다.

“에너지 레벨이란 게 단순히 많이 뛰는 게 아니거든요. 뛰어야 할 때 ‘폭발력’이 있어야 합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의 우승을 이끌었던 호드리고 데 파울을 보면서 확신했어요. 데 파울은 경기 시작부터 종료까지 팀이 필요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매 경기 쉴 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죠.”

프로축구 선수가 팀 훈련을 마치고 개인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추가 운동을 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개인 운동으로 잦은 부상에 시달리는 선수도 수두룩하다.

서민우는 달랐다. 철저히 연구했다. 국내·외 사례를 알아보면서 계획을 짰다. 그리고 실행에 옮겼다.

서민우는 “30개월 프로젝트는 내 에너지였다”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순간순간 내 가슴이 뛰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서민우는 이어 “나는 호기심이 많다.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탐구하는 걸 좋아했다. 프로축구 선수라고 해서 꼭 축구만 잘 알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다른 분야를 공부하는 데도 어색함이 없다. 내겐 일상이다. 팀 훈련을 마치고 나만의 계획에 따른 훈련을 진행하는 건 내게 휴식이자 놀이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서민우(사진 오른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서민우(사진 오른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서민우는 6월 21일 강원도 강릉 하이원 아레나에서 열린 대구 FC와의 리그 맞대결에서 강원의 3-0 완승에 앞장섰다.

서민우는 이날 강릉 하이원 아레나의 중원을 지배했다. 강원의 공격은 서민우의 발을 거치며 날카로움을 더했다. 강원의 수비는 포백 보호에 나선 서민우 덕에 단단함을 더했다. 전방을 향한 대구의 패스가 서민우에게 모조리 걸렸다.

대구전은 서민우가 군 복무를 마치고 강원으로 복귀해 치른 첫 경기였다.

서민우는 “내 축구 인생이 국가대표팀 발탁으로 끝나는 건 아니”라며 “지금보다 한 단계 발전한 선수가 되기 위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다음 프로젝트명은 ‘초효율 프로젝트’입니다. 30개월 프로젝트로 에너지 레벨을 확실하게 높였어요. 곰곰이 생각하면, 세계 어떤 선수도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전력을 다해 뛸 순 없습니다. 선수가 쓸 수 있는 에너지는 제한적이에요. 요즘 축구는 100분이지 않습니까. 100분 동안 내 에너지를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쓰느냐가 중요해요. 저는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폭발력을 유지할 수 있는 선수’가 되려고 합니다.”

강원 FC 서민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강원 FC 서민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서민우는 본래 장점이 많은 선수다.

서민우는 학창 시절부터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 등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했다. 2023시즌부턴 공·수 능력을 겸비한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매김하며 K리그1 정상급 선수로 올라섰다. 2025 E-1 챔피언십에선 생애 첫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서민우는 “꼭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다”며 “내가 국가대표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잘나서 프로축구 선수가 되고, 국가대표의 꿈을 이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많은 분이 자기 일처럼 도와주셨어요. 제가 힘들 때나 기쁠 때나 함께해주신 분들이죠. 먼저, 제게 축구가 무엇인지 본질적인 가르침을 주신 대구 FC 김병수 감독께 감사해요. 서민우란 선수에게 국가대표로 가는 길을 제시해 주신 김천상무 정정용 감독께 감사합니다. 저의 30개월 프로젝트 실행 방법론을 자기 일처럼 봐주셨던 김천상무 송석화 전력 분석관님, 정말 고맙습니다. 송석화 분석관님은 유럽 축구에 관한 자료도 필요한 게 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찾아주셨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저를 도와주신 CAA 스텔라 코리아 김성준 어드바이저와 직원들 모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대구 FC 김병수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대구 FC 김병수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천상무 정정용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김천상무 정정용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강원 FC 정경호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강원 FC 정경호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서민우는 가족에 대한 고마움도 빼놓지 않았다.

“가족은 제가 꿈을 향해 나아가는 힘입니다. 힘들 때 주저앉지 않을 수 있는 것도 가족 덕분입니다. 국가대표팀 발탁 소식을 접하고 나서 저보다 더 기뻐해 준 게 가족이었어요. 저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더 올라설 겁니다. 평생을 기다려온 순간입니다. 이 순간을 위해 모든 걸 바쳐왔죠. 제 모든 걸 쏟아내겠습니다. 더 성장하겠습니다. 저는 지금 아주 설렙니다.”

서민우는 2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지는 2025시즌 K리그1 21라운드 수원 FC와의 맞대결을 마친 뒤 2025 E-1 챔피언십 준비에 돌입한다.

2025 E-1 챔피언십엔 한국, 일본, 중국, 홍콩이 참가한다.

한국은 중국(7월 7일)과의 1차전을 시작으로 홍콩(11일), 일본(15일)을 차례로 상대한다.

강원 FC 미드필더 서민우. 사진=이근승 기자

강원 FC 미드필더 서민우. 사진=이근승 기자

서민우는 “강원 정경호 감독께서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전해주셨다”며 “동료들도 자기 일처럼 기뻐해 줬다”고 말했다.

“군 복무 시절을 제외하곤 강원에서만 뛰고 있다. 강원의 자존심을 걸고 국가대표팀으로 가겠다. 늘 그랬듯이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드리겠다.”

서민우의 각오다.

[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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