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한테도 접근"…김용태가 꼬집은 '줄서기 정치' 실상 [정치 인사이드]

3 days ago 7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사진=뉴스1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사진=뉴스1

위기의 국민의힘에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가장 도입이 시급한 과제로 '상향식 공천'을 꼽았다. 권력자가 후보 공천권을 갖게 되는 순간, 권력자에게 줄을 서는 '줄서기 정치'가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 "당협위원장 눈에 들고 싶은데…루트 없으면 가족에 접근하기도"

14일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한경닷컴과 만나 김 위원장의 개혁안 취지에 공감한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지방 의원 출마자 공천권은 당협위원장들이 알음알음 행사하는 구조이고, 그런 구조가 줄서기 정치를 가능하게 했다"며 "당협위원장들 눈에 들고 싶은데, 직접 소통할 루트가 없으면 그 사모님이나 가족에게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당협위원장들이 당원들 표로 공천이라는 걸 사실상 진두지휘할 수 있는 상황이고, 그 상황에서 젊은 사람들이나 정치 신인들보다는 기득권 정치인들이 헤게모니를 잡게 된 것"이라며 "오묘한 분위기 속에서 다들 줄타기를 하며 부당한 줄 서기에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 정권에 불거진 의혹도 결국 권력자가 공천권을 독점한 구조적 폐해가 낳은 정치 참극"이라며 "한국의 정당 정치 구조에서 공천권이 '실세'에게 집중돼 있다는 구조적 문제의 연장선상이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인물의 일탈이 아니라 시스템의 실패를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 김용태 "'줄서기 정치' 청산 못해 尹 사례 나와"

사진=강은구 기자

사진=강은구 기자

6·3 대선 패배 이후 '5대 개혁안'을 제시하며 국민의힘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김 위원장은 최근 한경닷컴과 인터뷰에서 가장 도입이 시급하고 중요한 개혁안은 '상향식 민주주의'(지방선거 100% 상향식 공천)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 '줄서기 정치'를 막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여러 개혁안을 던졌지만, 강조하는 정치 아젠다는 '상향식 민주주의'다. 공천권을 권력자가 행사하지 않는 민주주의가 성숙한 민주주의"라며 "만약 이번에 지방선거 공천권을 시민과 당원께 드리지 않고 전당대회를 치르면, 당원을 몇천명씩 움직이는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또 당 대표 선거에 줄을 서게 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줄 서는 정치를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윤 전 대통령 시절 같은 사례가 나온 것이다. 공천받지 못할 것 같아 윤 전 대통령에게 바른말 못 했고, 비상계엄 같은 극단적인 선택도 아무도 못 막은 것 아니냐"며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그 지역 유권자들을 무서워해야지, 대통령이나 당 대표를 무서워할 필요는 없지 않겠냐"고 했다.

하지만 당 일부 의원들은 김 위원장의 개혁 추진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 모양새다. 옛 친윤석열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의 사퇴 여론이 분출했고, 당 개혁안을 테이블에 올릴 의원총회를 비대위원장과 논의 없이 원내대표가 취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배현진 의원은 라디오에서 "누가 봐도 잘못한 일을 이미 저질렀기 때문에 그것을 되짚자는 김 위원장의 시도가 불편할 것"이라고 했다.

◇ 결국 힘 못 받은 개혁안…민주-국힘 지지도 격차 '역대급'

박찬대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 사진=연합뉴스

박찬대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 사진=연합뉴스

결국 국민의힘은 김 위원장이 띄운 개혁안 논의를 차기 지도부로 미룰 것으로 보인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 취소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임기가 6월 30일까지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더 논의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임기가 끝나면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하게 된다. 의총 취소는 김 위원장과 협의 없이 원내지도부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당혹감을 표출했다. 그는 "취소하겠다는 연락도 사전에 없었고, 알림 문자로 통보받은 것에 대해 굉장히 유감스럽다"며 "(개혁안 논의를) 왜 미루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재선 의원 상당수도 개혁안에 대해 지지했다. 의총을 취소하고 다음 지도부에서 논의하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고 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내홍을 겪는 사이 더불어민주당과 정당 지지도는 지난 5년간 최대 격차 수준으로 벌어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에게 지지하는 정당을 물어 지난 13일 공표한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46%, 국민의힘 21%, 개혁신당 5% 무당층 21% 등으로 나타났다.

여당이 된 민주당 지지도는 대선 직전(5월 31일, 6월 1일) 대비 7%포인트 상승했고,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12%포인트 하락해 양대 정당 격차가 5년 내 최대 수준으로 커졌다. 이는 작년 12월 중순 대통령 탄핵안 표결 직후와도 비슷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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