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선거 진행한 멕시코
당선권 9인 모두 친여당 인사
“사법부 독립성 위기” 우려
멕시코가 세계 최초로 실시한 판사 선거에서 당선권에 들어간 대법관 후보 대부분이 ‘친(親) 여당 성향’ 인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부가 행정부에 종속돼 멕시코 삼권분립이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일(현지시간)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INE)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기준 대법관 선거 개표율이 86% 진행된 가운데 아길라르 오르테스, 레니아 바트레스, 야스민 에스키벨, 로레타 오르티스, 히오반니 피게로아 메히아, 이르빙 에스피노사 베탄소 등 친여당 인사들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멕시코는 이번 선거를 통해 총 9명의 대법관을 선출한다. 출마한 후보자만 64명에 달한다.
당선권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현 멕시코 정부의 추천을 받은 후보는 총 4명이다. 현직 대법관 신분으로 출마한 바트레스, 에스키벨, 오르테스는 현 멕시코 집권당인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 출신 대통령의 추천을 받아 대법원에 입성한 바 있다. 나머지 2명은 행정부나 행정부·입법부의 동시 추천을 받은 인사다. 멕시코 선거법상 대법관에 출마하려면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가운데 한 곳의 추천이 필요하다.
멕시코 대법관 선거 결과가 집권여당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법부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지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이 정부·여당에 호의적인 인사로 구성되면서 대정부 소송에서 현 행정부에 유리한 판결을 쏟아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이미 아렐라노 전 미주사법연구센터 소장은 AP통신에 “라틴 아메리카의 사법적 독립이 공격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극도로 낮은 투표율도 법관 선거의 정당성을 허물고 있다. 멕시코 선거당국에 따르면 약 1억 명에 달하는 멕시코 유권자 가운데 투표에 참여한 비율은 13%에 불과하다. 표를 던져야할 법관 선거 후보자들의 숫자가 너무 많은데다, 그동안 부패한 사법부에 대한 환멸을 느껴온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잘 찾지 않은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멕시코는 대법관을 포함해 총 2600명 이상의 판사를 선출한다. 출마한 후보만 7700명에 달한다.
AP통신은 “유권자들은 부패로 인한 환멸과 투표에 관한 정보 부족을 이유로 깊은 무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