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지난 30년간 6%포인트 하락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최악이라고 한국은행이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1994년 8%에 달했던 잠재성장률이 지금은 2%를 밑돌 정도로 성장의 엔진이 급속도로 식은 것이다. 한국은 일본을 향해 ‘늙어가는 경제’‘잃어버린 10년, 20년’을 쉽게도 말하지만, 노화 속도로 보면 일본의 3배를 넘는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저성장 침체 기조가 근래 들어 한층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저성장과 정체를 넘어 역성장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 됐다. 올해 들어 지난 1분기 마이너스 0.2%로 나라 경제에 비상이 걸렸지만 실상 반년 전인 지난해 2분기 성장률도 -0.2%로 빨간불이 벌써 켜졌던 것이다. 올해 성장에 대해 한국은행을 비롯해 국내외의 대다수 전망치가 0%대로 나오는 게 별반 이상하지가 않다. 이대로 가다간 자칫 연간 전체로 역성장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한은은 전문적 평가모델을 돌려 분기별 역성장 발생 확률이 최근 10년 새 3배로 급증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2014년 4%였던 발생 가능성이 지난해 13.8%로 치솟았다는 것이다.
이제 마이너스 성장이 우리 옆에 바짝 붙어있다고 봐야 한다. 단순 계산하면 7분기마다 한 번, 7년마다 한 해는 역성장이라는 무서운 얘기가 된다. 성장이 정체되고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빚어지는 일들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일자리가 그만큼 없어지고, 세목 구별 없이 세수도 줄어든다는 의미다. 소득이 줄어들고 투자위축이 현실화하면 부실한 재정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물가가 뛰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무섭지만 모든 자산 가격까지 급락하는 디플레이션도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한은 지적이 아니더라도 대책은 구조개혁뿐이다. 전임 정부 때도 노동 교육 연금 등의 구조개혁을 외쳤지만 말뿐이었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정부를 비롯해 공공 부문이 먼저 허리띠를 죄고 민간은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 주 4일제니 주 4.5일제니 하면서 놀 궁리나 할 때가 아닌 것이다. 비대해지는 공공 부문 몸집을 줄이고 과감한 규제 혁파로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게 해야 장기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