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식료품 물가 OECD 2위, 이래도 민생 안정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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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식료품 물가가 스위스를 빼고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식료품 물가지수(구매력평가 기준)는 149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평균(100)보다 49% 높다는 뜻이다. 스위스의 167에 이어 두 번째이며 미국(93), 일본(130), 영국(86), 독일(108)에 비해 훨씬 높다. 국민 생계비에서 비중이 큰 식료품 물가가 다락같이 높으니 경제적 삶의 질이 그만큼 낮을 수밖에 없다.

높은 식료품 물가가 국민 삶에 지우는 부담은 여러 국내 통계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외식비 포함)가 차지하는 비율이 올해 1분기 29.2%에 이르렀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1분기 기준으로 가장 높다. 이 비율은 저소득층일수록 높아 하위 20%에서는 32.5%를 기록했다. 식료품 물가는 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가족 단위 외식에 지출된 월평균 비용이 2021년 11만 400원에서 지난해 14만 3800원으로 3년 새 3만 3400원(30.3%) 증가했다. 한국경제인협회 여론조사에서는 70% 이상이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사항으로 식료품 물가 상승을 꼽았다.

더 큰 문제는 식료품 물가 고공행진이 경기변동이나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닌 데 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국내 식료품 물가가 다른 주요국들에 비해 높은 것은 저조한 농업 생산성과 고비용 유통경로 등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통화정책이나 품목별 수급조절 같은 단기적 시장개입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한은은 생산과 유통, 소비의 전 과정에 걸쳐 공급과 수요 양 측면의 탄력성을 높이는 종합적 대책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최근 생활 필수재 물가 급등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적 긴급 대응과 더불어 구조적 해법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정부 대책이 식품 및 유통업체들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참에 과다한 상가 임대료가 물가를 끌어올리는 측면도 살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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