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대응기금이 편의적 재정 보조 수단으로 변질해 방만 재정을 부추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도 예산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래대응기금의 지출 사업 131건 가운데 125건(95.4%)은 각 부서의 요구가 그대로 반영되거나 추가·증액 편성됐다. 기획예산처는 자체 심의 과정에서 고작 6건을 감액하는 데 그쳤다. 또한 미래대응기금에서 45조원을 배정해 추진하기로 한 140개 사업 중 자본형성과 인적자본 투자 등 기금 본래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은 59건(42%)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현금성 지원이나 지방 이전 등 일반 재정 사업과 다를 바 없다.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려가 더한다. 보건복지부 소관 아동 기본수당 2조 9300억원,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농어촌 기본소득 1조 1700억원,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문화예술패스 7900억원 등은 부처 요구가 그대로 반영된 경우다. 이런 항목들은 해마다 지출이 반복돼야 하는 복지성 사업이라는 점에서 미래대응기금보다는 일반 재정이 맡게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그밖에 수자원공사 출자, 우리아이자립펀드 지원, 대학생 인공지능(AI) 공동구독 보조 등도 미래대응기금의 취지에 맞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미래대응기금의 취지는 반도체 호황 덕에 일시적으로 급증한 세수를 별도로 적립해 두고 미래 경제성장 잠재력 제고에 쓰자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예상이나 추세 이상으로 걷히는 세수를 재원으로 내년부터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해 운영하기로 하고, 이에 필요한 관련 법률 제·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미래대응기금 운영 계획을 보면 기금이 일반 재정과 혼용되면서 정부의 ‘예산 쌈짓돈’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추세적인 것이든 일시적인 것이든 세수를 기반으로 편성되는 정부 예산은 국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예산에 대해 정부는 편성권만 갖고 심의·확정권은 국회가 행사한다고 우리 헌법은 규정하고 있다. 미래대응기금이 이런 국회의 권한을 우회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미래대응기금은 목적의 포괄성이 크다는 점에서 기존의 다른 기금들보다 일반 재정에 가까운 수준으로 국회 통제를 받게 해야 한다.

2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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