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규직도 ‘부모 찬스’… 잔인한 ‘출발선 격차’ 온 사회가 고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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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생 권아름 씨(가명)가 근무 도중 틈틈이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어떤 청년에게 취업 준비 기간은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의 시간이지만, 또 다른 청년에겐 눈앞의 생계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사투의 시간이다. 누군가가 어학연수와 인턴십, 각종 자격증 등 다양한 경험으로 이력서를 채워갈 때 누군가는 월세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녹초가 되고 취업 준비는 뒷전으로 밀린다. 취업 시장은 부모가 자녀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을 쏟아부었는지 확인하는 잔인한 심사대가 되고 있다. 학술지 ‘한국사회정책’에 실린 ‘가족 자원과 청년 노동시장 이행의 불평등’ 보고서를 보면 가구 소득 최하위 10%의 자녀가 29세에 정규직을 얻을 확률은 19%에 불과했지만 최상위 10% 자녀는 78%에 달했다. 무려 4배의 격차다. 34세가 되면 각각 23%와 94%로 더 벌어진다. 1980∼1996년생 청년 4051명의 취업 과정을 분석한 결과다. 부모의 소득은 단지 생활비 지원을 넘어 채용에 필요한 스펙과 직무 경험을 쌓을 ‘시간’을 사주는 강력한 무기가 됐다. 저소득층 청년은 생계 불안에 쫓겨 비정규직이나 임시직으로 내몰리게 되고, 평생의 소득 격차와 사회적 지위의 대물림으로 이어진다. 부모가 자녀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려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기업들도 당장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모의 소득이 자녀의 일자리 형태마저 결정짓는 구조를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방치한다면 사회는 역동성을 잃고 서서히 병들고 말 것이다. 이 잔인한 출발선 격차를 좁히기 위해 온 사회가 함께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단기 구직 수당 얼마를 쥐여주는 땜질식 처방은 한계가 명확하다. 저소득 청년들이 아르바이트 대신 취업 준비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양질의 직무 경험과 채용 연계, 취업 후 정착을 패키지로 묶어 제공하는 등 맞춤형 제도를 고려할 수 있다. 취약계층 청년을 적극 채용하는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주는 등 민간의 동참을 끌어낼 유인책도 고민해볼 만하다. 부모의 경제력이 정규직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부모 찬스’ 사회에 미래는 없다. 기회의 사다리가 끊어진 사회에서 발버둥 쳐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감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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