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미국과 아랍권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과 사우디 간 안보 갈등이 최근 수년 사이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이라는 군사작전을 추진했다. 미군 군용기 100여 대와 군함이 동원될 예정이었지만, 핵심 거점인 사우디가 자국 군사기지와 영공 제공을 거부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포한 이 작전은 결국 중단됐다.
미국은 사우디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백악관은 사우디가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방어하는 데 필요한 요격미사일 공급을 보류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사우디는 제한적으로 협조에 나섰지만 양국 관계는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고 WSJ는 전했다.●사우디 “이란 정권 축출 시도, 중동 불안정 초래”
사우디와 미국은 대(對)이란 대응 방식을 놓고도 견해차를 드러냈다.
사우디는 미국 측에 이란 정권을 축출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결국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국제유가 급등, 중동 지역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또 자국 기지와 영공이 이란 공격에 사용되는 것을 공개적으로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대이란 군사행동을 강행했다. 이후 이란은 걸프 지역 인구 밀집 지역과 에너지 시설, 공항 등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사우디는 전쟁 장기화 과정에서 오히려 긴장 완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란과 접촉을 늘리고 미국에 대이란 봉쇄 해제와 외교 협상 재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중동 내부 균열도 심화
양국 갈등은 중동 역내 동맹 구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WSJ는 아랍에미리트(UAE)가 전쟁 기간 미국과 이스라엘에 보다 적극적인 협조 입장을 보였으며, 지난 4월에는 사우디가 주도해온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탈퇴하고 미국 및 이스라엘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사우디가 이란과의 긴장 완화와 외교 해법에 무게를 두는 반면 UAE는 보다 강경한 노선을 취하면서 걸프 지역 내 입장 차이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적 냉기류도 감지된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걸프 국가 순방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을 방문했지만 사우디는 찾지 않았다. 사우디 측은 이를 의도적인 외교적 냉대로 받아들였다고 WSJ는 전했다.모하메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도 미국의 전쟁 대응 방식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초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미국 정부가 현재 사우디 내 군사력 배치를 축소하고, 대신 전쟁 기간 미국에 우호적이었던 이스라엘과 요르단 등에 병력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관련 논의는 초기 단계이며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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