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1969년 7월 20일, 미국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딛는 순간 한 말이다. 그가 달에 착륙한 순간, 전 세계가 숨을 죽이고 그의 첫 발자국을 지켜봤다. 그는 수천 년 동안 인류가 별을 바라보며 꿈꿔온 상상의 세계를 현실로 만들었다. 그것은 빛나는 과학의 성과이자 위대한 인간 정신의 대서사시였다.
닐 암스트롱은 미국 오하이오주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6세 때 아버지를 따라 처음 비행기를 탔다. 그때부터 가슴 한구석에 ‘하늘을 나는 것’에 대한 꿈을 품었다. 그는 모형 비행기를 만들면서 공기의 흐름을 읽었다.
그는 책상 앞에서가 아니라 하늘을 바라보며 미래를 그렸다. 꿈만 꾼 게 아니었다. 누구보다 조용히, 끈질기게 우주를 향한 꿈을 키웠다. 퍼듀대에서 항공공학을 전공했고, 16세에 조종사 자격을 따냈다.
그가 자란 시절에는 ‘우주비행사’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상상력 속에서 꿈을 한 겹씩 펼쳐나갔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상상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고 했듯이 상지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곧 상상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상상력을 실현하기 위해 과학이라는 날개를 달았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시험조종사로 활동하면서 극한의 상황을 마주했을 땐 치밀하게 계산하고 냉철하게 판단했다. 그런 노력 끝에 마침내 아폴로 11호의 사령관이 됐고,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첫발을 딛는 임무를 맡았다.
달의 표면에 남은 그의 발자국은 사실 수많은 사람의 발걸음이 모여 만든 것이었다. 그 중에는 흑인 여성 수학자 캐서린 존슨도 있었다. 존슨은 NASA에서 궤도 계산을 담당했고, 동료들은 그녀의 계산을 신뢰했다. 당시 여성과 유색인종의 차별을 넘어 전문성으로 인정받은 그 역시 별을 향한 인간의 꿈을 완성한 영웅이었다.
인간은 왜 별을 바라보며 꿈을 꿀까. 칼 세이건은 말했다. “우리는 별의 재로 만들어졌고, 다시 별을 향해 나아간다.” 그의 말처럼 인간은 우주의 일부다. 별을 바라보는 일은 곧 우리의 근원을 응시하는 일이며 미래를 상상하는 행위다.
천문학자 허블이 “인간은 다섯 감각만으로 우주를 탐험하고, 그 모험을 과학이라 부른다”고 했을 때, 과학은 우리의 꿈을 실현하는 도구다. 상상은 방향이고, 인내는 연료다. 닐 암스트롱이 그 작은 발걸음을 내디딘 순간, 그 뒤에는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이 함께 있었다.
우리는 그 길 위에 있다. 요즘은 모두가 스마트폰으로 별을 찍지만, 진짜 별은 손끝에 닿는 픽셀이 아니라 가슴속에 떠오르는 질문과 꿈 안에 있다.
닐 암스트롱은 그 별을 좇았고, 마침내 그 위를 걸었다. 그의 발자국은 달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의 미래로 가는 길 위에 남아 있다. 지구로 돌아온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외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과의 인연 또한 깊다. 그는 달 착륙에 성공한 뒤 동료 우주비행사 두 명과 함께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1971년에는 미국 평화봉사단 자문위원으로 방한했다.
그는 6⸱25 참전용사였다. 대학 재학 중 미 해군 조종사로 참전해 1951년 8월부터 전투에 나섰다. 첫 임무 후 닷새 만에 북한 지역에서 대공포에 맞는 바람에 낙하산으로 탈출하기도 했지만, 1년 동안 78회 출격하며 혁혁한 공을 세워 3개의 무공훈장을 받았고, 1952년 8월 제대한 뒤 학업에 복귀했다.
고두현 시인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