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마무리 박영현이 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전에 구원등판해 구단 역대 단일시즌 최다 34세이브 신기록을 세운 뒤 기념구를 들고 웃고 있다. 사진제공|KT 위즈
“(오)승환 선배님의 기록에 다가갈 수 있게 더 노력하겠습니다.”
야구국가대표팀의 마무리투수 박영현(22·KT 위즈)의 우상은 ‘끝판대장’ 오승환(43·삼성 라이온즈)이다. 그는 부천중 2학년이던 2017년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마무리로 활약하던 오승환을 보며 꿈을 키웠다. 2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만난 박영현은 “야구에 대한 생각이 깊어질 때쯤 승환 선배님의 경기를 보다 ‘나도 저 선수처럼 돼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뒤로 늘 선배님의 투구 동영상을 보며 특유의 포커페이스를 따라하거나 많은 걸 배웠다”고 말했다.
박영현은 오승환의 은퇴투어 행사가 열린 21일 수원 삼성전에서도 선배를 뿌듯하게 만들었다. 그는 6-3으로 앞선 9회초 1사 후 김태훈을 시속 150㎞에 달하는 직구로만 3구삼진 처리하며 전성기 시절의 오승환을 연상케 했다. 박영현은 “직구에는 늘 자신 있다. 하지만 선배님의 직구 구위를 내가 따라갈 순 없을 것 같다”고 몸을 낮췄다. 하지만 오승환은 “몸만 잘 관리하면 영현이는 지금보다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KT 박영현(왼쪽)이 2022년 10월 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홈경기를 앞두고 자신의 휴대전화로 우상인 삼성 오승환과 ‘셀카’를 찍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박영현은 오승환의 기록도 따라가고 있다. 그는 마무리를 꿰찬 지난해 66경기에서 10승2패25세이브, 평균자책점(ERA) 3.25, 이닝당출루허용(WHIP) 1.11로 승률왕(0.833)에 올랐다. 구원투수가 승률왕에 오른 건 2005년 오승환 이후 19년 만이자, 통산 2번째였다. 오승환은 “영현이는 지금도 정말 잘하고 있다. 어려운 순간들도 있었을 텐데, 어린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모두 잘 이겨내고 있는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박영현은 “승환 선배님의 기록에 다가갈 수 있게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영현은 구단과 KBO리그 역사에도 굵직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그는 20일 수원 한화 이글스전에서 시즌 34세이브를 작성하며 2022년 김재윤(현 삼성·33세이브)을 넘어 구단 역대 단일시즌 최다 세이브 신기록을 세웠다. 현재 35세이브를 기록 중인 그는 이 부문 1위도 굳건히 지키고 있다. 2023년 홀드왕(32개)에 오른 그가 세이브 타이틀까지 따낸다면, KBO가 홀드를 집계한 2000년 이후 홀드왕과 구원왕을 모두 차지한 역대 4번째 투수가 된다. 박영현은 “8회와 9회의 차이가 정말 크다. 그 차이를 통해 한층 성장했다는 걸 느낀다. (김)재윤이 형도 ‘고작 2년 사이에 많은 걸 이뤘다. 축하한다’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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