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생닭을 물에 헹구기만 해도 주방 전체에 세균이 퍼질 수 있다.
21일, 생물 교사이자 과학 실험 유튜버 ‘포켓 생물’은 생닭을 씻은 물을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그러자 눈에 안 보이던 세균들이 실제로 꿈틀거리며 살아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생닭 물방울 속에 세균 가득
미국 국립생물정보센터(NCBI)에 공개된 2022년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생닭을 씻는 행위 자체가 주방 곳곳으로 세균을 퍼뜨릴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팀이 생닭을 흐르는 물에 씻자, 물방울이 최대 60cm 이상 튀었고, 이 물방울을 배양하자 살모넬라와 유사한 세균들이 자라났다. 물이 튄 곳은 벽, 조리도구, 손 등 다양한 표면이었고, 모두 오염 위험에 노출됐다.
수도꼭지 높이에 따라 달라
연구팀은 물방울이 얼마나, 어떻게 튀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양한 조건으로 실험을 진행했다.수도꼭지 높이가 15cm일 때보다 40cm일 때, 물방울이 더 멀리, 더 높이 퍼졌다. 닭과 수도꼭지 사이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물줄기가 중간에서 끊어져 여러 갈래로 퍼지기 쉬웠다.
생닭처럼 부드러운 표면일 경우엔, 물줄기가 닿으면서 움푹 들어가서 물방울이 더 많이 튄다. 표면이 단단할수록 물 튀김이 적었다.
연구팀은 물줄기의 세기와 공기가 섞인 물(에어레이션)도 관찰했다. 그 결과 물이 빠르거나 공기가 섞일수록 더 넓게 퍼졌다.
물을 갑자기 확 틀었을 때 처음 닭에 닿는 순간 가장 큰 오염이 생겼다.
즉 세차고 빠른 물줄기가 닭에 부딪히며 제일 많은 세균을 튀게 만든다.
안전하게 생닭 다루는 4가지 방법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조리 수칙을 권장한다.
▲ 수도꼭지는 낮게 조절하기
: 물이 가까이에서 부드럽게 닿으면 튐이 적다.
▲ 물줄기는 약하게, 천천히 트기
: 갑작스러운 물은 세균을 사방으로 튀게 만든다. 물이 튀는 것을 줄이려면 닭고기 위에 물을 살짝 붓는 것도 방법이다.
▲ 싱크대와 싱크대 주변 살균하기
: 생닭 조리 후 뜨거운 비눗물로 청소해야한다. 특히 다음 요리를 준비하기 전에 도마, 주방용품, 조리대를 살균해야 한다.
▲ 다른 도마 사용하기
: 생닭고기가 있던 접시, 도마 등에는 조리된 음식이나 채소, 과일을 올리면 안된다.
▲ 닭을 만진 손은 20초 이상 비누로 깨끗하게 씻기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생닭을 씻지 말 것을 권장한다. 세균은 씻는다고 사라지지 않지만, 물방울이 튀며 오히려 더 넓게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닭은 내부 온도가 74도 이상이 될 때까지 충분히 익히는 것이 가장 안전한 조리 방법이다.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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