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반도체 호황발’ 초과세수 활용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지만, 정작 지방 몫 세수가 일부 지역에 집중되며 재정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등 국가전략산업 투자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세입 기반이 확대되는 지자체와 자체 세입을 늘리기 어려운 지자체 간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커진 만큼 선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지방재정 격차가 커질수록 일자리와 교육 등 인프라를 둘러싼 불평등이 심화하고, 인구와 산업이 일부 지역에만 집중되면서 국가 전체의 균형발전과 성장잠재력까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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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 ‘반도체 벨트’, 집값 오르고 인구 유입…세수↑
지방재정 격차는 이미 숫자로 확인된다. 행정안전부의 ‘2026년 지방자치단체 예산 및 기금개요’를 보면 지방 재원 중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 자체 조달하는 비율인 ‘재정자립도’는 올해 전국 평균 42.4%에 그쳤다. 서울의 재정자립도는 74.0%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경기도 역시 54.4%로 절반을 넘겼다.
반면 전북(23.3%), 경북(23.5%), 강원(25.0%), 전남(26.8%) 등은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서울과 전북의 재정자립도 격차는 3배가 넘는다. 자체수입만으로 살림을 꾸릴 수 있는 지역과 중앙정부 이전재원 없이는 행정서비스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지역이 뚜렷이 갈리는 셈이다.
기초지자체로 내려가면 사정은 더 나빠진다. 지방세 수입으로는 공무원 인건비도 해결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전국 243곳 중 110곳(45.3%)에 달했다. 2년 전(104곳)보다 더 늘었다.
동일한 광역권 안에서도 곳간 사정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경기도의 경우 ‘반도체 벨트’에 위치한 이천(55.1%), 화성(51.6%), 용인(46.7%), 평택(42.0%) 등의 재정자립도는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준이다. 반면 동두천(12.7%), 포천(19.2%), 여주(20.2%) 등 외곽 지역은 20% 안팎에 머물렀다. 경북 역시 반도체 특화단지를 품은 구미(26.1%)와 인접한 상주(8.7%), 김천(11.3%)의 재정자립도 역시 3배가량 차이가 났다.
지방정부의 핵심 재원인 지방세는 지역의 경제력, 기업 실적, 인구 유입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역대급 반도체 호황은 공장과 협력업체, 연구인력과 주택 수요가 몰리는 경기 남부권 지자체에 법인지방소득세뿐 아니라 재산세, 주민세, 자동차세까지 세입 기반을 두루 넓혀줄 요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SK하이닉스 임직원 수는 1년 전보다 2000명 이상 늘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직원들의 ‘셔세권(셔틀버스+역세권)’으로 꼽히는 화성 동탄 지역의 아파트값은 6월 둘째주에만 1.98% 오르는 등 지방세수 증가 신호가 뚜렷하다. 반면 인구감소와 산업 기반 약화에 직면한 낙후 지자체는 경기 호황의 온기를 누리기 힘든 구조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은 사활을 걸고 반도체 관련 시설 유치에 매달리고 있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반도체 산업 유치’ 공약을 쏟아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 “수년간 초과세수 전망…재분배 정책 보완해야”
인구감소가 계속되고 있는 소외 지역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세수를 늘리기는 쉽지 않다. 취등록세·주민세·재산세 등을 탄력세율로 조정하는 카드가 있지만, 주민들에게 재정수요 충당을 이유로 세율 인상을 설득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정부도 지방재정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각종 재정조정제도를 두고 있다. 중앙정부는 국세의 19.24%인 지방교부세, 종합부동산세 전액을 재원으로 한 부동산교부세를 재정 여건에 따라 차등 배분하고 있다. 광역단체도 보조금과 조정교부금 등을 통해 기초지자체 간 재정 불균형 완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지역상생발전기금과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한시적으로 운영 중이다.
문제는 이 같은 현재의 제도만으로는 앞으로 더 심화할 지방정부 재정 격차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속도감 있는 ‘5극 3특’ 완성과 과세체계 변화가 동시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5극 3특(5대 초광역메가시티·3대 특별자치도) ’처럼 강력한 성장거점을 육성해 초광역 경제권을 형성하고 인근 중소도시까지 성장효과를 확산시키는 게 정공법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서울시의 재산세 공동과세 같은 제도를 도입하고 지방교부세 등의 산식을 개편해야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서울시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쏠림이 강한 재산세 수입을 절반만 해당 자치구 수입으로 귀속시키고 나머지는 25개 자치구에 골고루 나눠주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향후 2~3년 동안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가 예상되지만, 우리나라는 지방자치가 발달한 독일처럼 지역간 재정격차 해소를 위한 세수 재분배 정책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지역간 재정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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