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대신 뭘 먹어? 챗GPT 조언 따르니… “정신병 발현”

14 hours ago 2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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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다. 무정자증 환자의 정액 샘플에서 숨은 정자 3개를 찾아내 18년 만에 인공수정에 성공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맹신은 금물. 한 미국인 남성이 소금 섭취를 줄이기 위해 챗지피티(ChatGPT)가 제시한 대안을 따르다 정신질환에 걸린 일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미국 내과 학회 학술지 내과학 회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는 최근 60세 남성이 챗지피티와 건강 문제를 상담한 후 ‘브롬 중독증’을 앓은 사례가 게재됐다.보고서에 따르면, 이 정신 질환은 20세기 초 세상에 널리 알려졌으며 당시 정신과 입원 환자 10명 중 1명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한다.

이 남성은 염화나트륨(먹는 소금의 주성분)의 부정적인 영향에 관한 글을 읽은 후 식단에서 이를 제거하기 위해 챗지피티에 조언을 구했다. 이후 3개월 동안 브롬화나트륨(sodium bromide)을 섭취했다고 의사들에게 말했다.

그는 ‘염화물을 브롬화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세척과 같은 목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라는 챗지피티의 설명을 읽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롬화나트륨은 20세기 초반에 진정제로 사용한 바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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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따르면 브롬에 중독 돼 병원을 찾은 남성은 이웃이 자신을 독살하려 한다고 주장했으며 먹을 수 있는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을 엄격히 구분해 섭취한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을 방문한 날 갈증을 느꼈음에도 제공된 물을 의심해 선뜻 마시지 않았다. 그는 입원 후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병원을 탈출하려 했다. 이후 강제입원 조치 되어 정신병 치료를 받았다. 환자가 안정을 되찾자 얼굴 여드름, 과도한 갈증, 불면증과 같은 브롬중독을 시사하는 여러 증상이 나타났다고 저자들은 썼다.브롬화물은 과거 진정제, 항경련제, 수면제 등에 널리 사용했다. 그러다 장기간 사용할 경우 체내에 축적 돼 신경 기능을 손상하여 브롬중독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정신병, 초조, 조증, 망상 등의 신경정신과적 증상뿐만 아니라 기억력, 사고력, 근육 조절 능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미국 시애틀 소재 워싱턴 대학교 연구진은 이 사례에 대해 “인공지능 사용이 예방 가능한 건강 부작용 발생에 어떻게 일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환자의 실제 챗지피티 대화 기록에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가 받은 정확한 조언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진이 직접 챗지피티에 염화물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물었을 때 마찬가지로 브롬화물이 포함된 답변을 받았으며, 구체적인 건강 경고나 질문의 의도를 묻는 과정은 없었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전문 의료인은 이런 경우 반드시 이유를 물어보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문 저자들은 챗지피티를 포함한 인공지능 앱이 과학적 부정확성을 초래할 수 있고, 결과에 대한 비판적 능력이 부족하며, 궁극적으로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련 보고서 주소: https://www.acpjournals.org/doi/epdf/10.7326/aimcc.2024.1260)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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