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택 교수의 D-엣지] 샌드박스, 실증 이후의 길을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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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타트업이 규제 샌드박스에서 수년 동안 새로운 시장을 시험했다. 고객을 모았고 금융사고 없이 사업을 운영하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제도권 시장이 열리는 과정에서 예비인가를 받지 못했고, 금융기관이 주도하는 두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부동산 조각투자 시장을 개척한 루센트블록의 이야기다. 이달 초 이 사안이 국정감사에서 다뤄지기 하루 전, 금융위원회는 24건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했다. 현행 규제로 시행하기 어려웠던 서비스와 기술에 대해 실증 기회가 열렸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이 중 21건은 금융회사와 빅테크 등의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 서비스다. 새로운 사업자의 시장 개척보다 기존 사업자의 기술 도입이 두드러진 모습이다. 올해 초 기준 누적 혁신금융서비스는 1035건이다. 이 중 금융회사가 79.1%를 차지한 반면, 스타트업은 10%, 핀테크사는 4.3%에 그쳤다. 지정 건수는 크게 늘었지만 시장 참여자의 다양성까지 확대된 것은 아니다. 기존 금융사의 혁신이 활발해진 결과로 볼 수 있지만, 샌드박스가 새로운 기업의 시장 진입을 돕는 역할이 약해진다면 제도의 취지는 퇴색한다. 초기 샌드박스는 스타트업이 사업모델을 제안하고 특례를 요청하는 상향식 실증에 가까웠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이 규제 개선 과제를 정하고 사업자를 모집하는 기획형 방식이 증가했다. 기존 금융사의 혁신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기획형 방식에 무게가 실릴수록 다양한 혁신기업의 참여 여지는 좁아질 수 있다. 스타트업은 법률 검토와 보안체계, 소비자 보호와 위험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부터 부담이다. 정식 사업으로 이어질지도 불확실해 중소 핀테크사가 오랜 준비와 대기 기간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루센트블록 논란을 억울한 탈락으로만 볼 수는 없다. 조각투자 상품을 발행한 경험과 유통시장을 운영하는 능력은 다를 수 있다. 샌드박스 참여가 정식 인가를 보장할 수는 없으며, 유통시장에는 충분한 자본력과 내부통제, 이해상충 방지체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수년간 실제 서비스를 운영한 기업에 제도화 과정에서 다른 역량을 요구했다면, 이를 준비할 시간과 경로를 충분히 제시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그동안 쌓은 운영 경험과 소비자 보호 성과도 인가 심사에 충실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도 샌드박스 참여가 정식 인가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차이는 실증과 제도권 진입 사이의 경로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는 점이다. 영국의 디지털증권 샌드박스는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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