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60년 전부터 ‘꿀벌 실종’ 경고한 레이철 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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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북 영천시 양봉 농가 70곳에서 꿀벌 수십만 마리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기후 위기와 병해충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농민들은 살충제 때문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든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 미래도 위태롭다는 것입니다. 60년 전 누구보다 먼저 이 위험을 경고한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날 환경운동의 상징으로 기억되는 레이철 카슨(1907∼1964·사진)입니다.

카슨은 어린 시절 어머니와 숲을 거닐며 자연에 눈을 떴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해양생물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연방 어업국에서 연구원으로 일했습니다. 그는 전공을 살려 ‘바닷바람을 맞으며’(1941년), ‘우리를 둘러싼 바다’(1951년) 등 과학 대중서를 펴내며 생태계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글로 전했습니다. 하지만 카슨을 세계 환경운동의 흐름을 바꾼 인물로 만든 결정적인 계기는 1962년 출간한 ‘침묵의 봄’입니다.

당시 미국은 농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DDT)을 비롯한 합성 살충제를 무차별적으로 뿌렸습니다. 외래 해충을 퇴치하기 위해서였지만, 조류 개체수 급감, 생태계 붕괴, 인체 건강 이상 등 복합적인 환경 재앙으로 이어졌습니다. 카슨은 수년에 걸친 현장 조사와 생물학자 증언, 시민 제보를 모아 실상을 폭로했습니다.

‘침묵의 봄’은 출간과 동시에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살충제 산업을 주도하던 대기업과 이를 옹호하던 미국 정부는 거세게 반발했고, 카슨은 생명의 위협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카슨은 단호했습니다. “우리가 자연을 지배한다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역설하며 암 투병 중에도 방송 출연과 강연을 이어갔습니다.

1964년 카슨은 암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침묵의 봄’은 미국 환경보호청(EPA) 창설, DDT 사용 금지, 환경영향평가제도 도입 등 세계 환경 정책의 분수령이 됐고, 전 세계 환경운동의 원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책의 극단적 묘사나 자연 독성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 등에 대한 과학적 논쟁과 비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인간이 자연과의 조화를 저버릴 때 그 대가는 고스란히 우리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카슨의 경고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의진 도선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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