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방 공기업 수장이 수년간 적자 누적에도 연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가 매년 경영평가를 하지만 인사권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보유하고 있어 평가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7일 행안부에 따르면 2025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최하위 등급(라·마)을 받은 7곳 가운데 기관장이 물러난 곳은 제주에너지공사(라 등급)가 유일했다. 나머지 6곳은 성과급만 동결했다. 행안부 경영평가에서 ‘라’ 등급을 받으면 성과급이 동결된다. ‘마’ 등급은 성과급 동결에 더해 이듬해 연봉이 5~10% 삭감된다. 정부 한 관계자는 “수백억원대 예산을 다루는 기관장에게 수백만원 삭감은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지방공공기관은 도시개발공사 같은 공사, 시설관리공단 등 공단, 지자체가 지분을 투입한 출자기관, 예산을 출연해 설립한 출연기관으로 나뉜다. 중앙 공공기관은 기획재정부 평가에서 2년 연속 낮은 등급을 받으면 기관장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 지방 공기업은 다르다. 인사권을 지자체장이 보유하고 있어 매년 최하위 평가를 받아도 자리를 보전할 수 있다. 광역자치단체 한 관계자는 “지역 사회에선 산하 공기업 실적이 부진하더라도 굳이 기관장까지 교체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많다”고 전했다.
경영 성과에 따른 책임이 크지 않다 보니 기관장들이 경영 실적을 제대로 챙기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상당수 기관장은 관할 지자체장 또는 본인 선거를 우선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실제 올해 최하위 평가를 받은 기관들의 부실 경영은 심각한 수준이다. 청도공영사업공사는 소싸움 경기장 운영 부진으로 지난해 영업손실이 69억원까지 불어났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누적 적자가 227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청도공영사업공사 사장 연봉은 7800만원에서 9600만원으로 올랐다. 광주시서구시설관리공단은 안전사고 관리 부실이 반복됐지만 기관장 연봉은 오히려 상승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