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죽어간 11명의 삶 추적
복지 제도 사각지대 파헤쳐
고독사 절반 이상 5060 남성
'한창 일하는 나이' 인식 탓에
다른 세대보다 사회보장 취약
고립 막을 길은 '안정적 관계'
어떤 죽음은 목격되지 않는다. 다만 사후 발견될 뿐이다. 사회경제적으로 고립된 채 홀로 사망함을 뜻하는 '고독사'는 그런 죽음의 한 갈래다. 의학적 사인(死因)만 시체검안서에 남은 뒤 사회에서 고인의 이름은 휘발되지만, 그의 인생에 특유했던 서사는 어떤식으로든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질문을 남긴다. 어떤 조건에서,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혹은 살 수밖에 없었기에 고독한 죽음만이 허락됐는가.
고독사 문제를 장기간 연구해온 사회복지 연구자 송인주 스스로랩 대표의 신간 '혼자 죽는 사회'는 고독사한 11명의 죽음을 해부해 이들이 고립을 맞기까지의 과정을 역추적하는 '사회적 부검'을 통해 고독사의 실체를 파헤친다. 고인에게 주어졌던 삶의 조건과 생의 궤적을 현행 복지·고용 제도 위에 위치시키며 정책적 대안과 함께 '관계'의 중요성을 추출해낸다.
저자의 정의에 따르면 고독사는 주로 관계망 없이 혼자 살았던 사람이 홀로 임종기를 맞고, 부패된 시신으로 발견되는 사건이다. 이 같은 정의에 따라 한국의 고독사 통계와 사례를 분석하면 한 가지 특징이 도출된다. 중장년 남성의 고독사가 두드러진다는 사실이다. 2024년 전국 고독사 3924건 가운데 50·60대 남성 비중은 54%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사업 실패, 실직, 질병을 겪은 뒤에도 쉬거나 재기할 기회가 좀처럼 없으며, 질이 낮고 강도 높은 노동을 하는 일자리를 전전하게 된다. 대부분 가족을 부양하며 자존감을 유지하는 중장년 남성은 정서적으로 큰 타격을 받는다.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외부 도움을 거부한다. 한창 일할 나이라는 사회적 인식도 중장년 남성을 국가의 지원체계 밖으로 밀어내는 요인이다.
"실제로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사회보장과 서비스 지원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여전히 가장 취약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
책은 도움이 필요한 고독사 위험군이 공공의 영역 바깥에 놓이는 현실도 짚는다. 글을 못 읽는 까막눈이거나, 한국사회의 외부자이거나, 과중한 노동으로 자신의 몸조차 돌보지 못한 이들에게 복지 제도의 '신청 과정'은 하나의 장벽이다. 기계적인 기초생활수급 신청 과정에서 탈락한 뒤 생활고를 겪고 자살 시도를 한 중년 여성 등의 고독사 사례를 책은 자세히 파헤친다.
"공급자 위주의 사회복지 정책은 지원이 필요한 당사자와 제도 사이에 거리를 만들어냈다. 제도는 있었지만 당사자에게 닿지 않았고, 결국 필요한 순간에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사회 정책만 개선되면 고독사 사례가 줄어들까. 저자는 이에 대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는다. 1인 가구가 1000만가구를 넘을 정도로 늘어나고, 코로나19 이후 개인화된 사회에서 고립될 위험은 상존해서다. 복지 제도와 사회 서비스가 삶 곳곳에 자리 잡아도 여전히 개인의 건강을 악화시ㄹ고 정서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하는 외로움은 해결되지 않는다. 관계망이 부족한 이들은 인생의 막다른 길과 위험에서 주저앉거나 비합리적 선택을 하기도 쉬워진다. 결국 고립을 풀어주는 건 타인의 다정한 말과 따뜻한 손길이 아닐까. 저자는 말한다.
"공적·사적인 지원체계에 연결되는 사람들이 여러 삶의 과정에서 낙담하고 다시 문을 걸어 잠그려고 할 때, 다정하게 말을 건네고 지지해주는 사람을 만난다면 좌절로 생긴 마음의 빈자리도 조금은 채워질 것이다. "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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