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는 HD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원청인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단체교섭 청구의 소에 대해 이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난 3월 이후, 원·하청 간 교섭과 관련된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여하는 사용자의 범위와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어떤 판단과 기준을 제시할지에 대해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었다. 과거 2010년 대법원은 이미 HD현대중공업의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 사건에서 ‘실질적 지배력’을 근거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바 있는데, 이번 사건은 그 ‘실질적 지배력’을 단체교섭 의무를 부여함에 있어 어떻게 구체화하여 적용할 것인지에 관하여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대법원은 단체교섭 의무와 관련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있어 종전 대법원 판결 법리에 따라 적어도 구 노동조합법 제2조가 적용되는 사안에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자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즉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라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의 범위가 변경되기 전까지는, 적어도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4호에 따른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와 관련된 쟁점이 아니라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의 지위는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주요 논리를 살펴보면, (i) 종래 대법원 판결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에 따라 원청도 사용자라고 보면서도,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1호)’에 대해서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해야 비로소 사용자로 보아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지위가 다르게 판단될 수 있음을 전제하였다. 그리고 (ii)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의 경우 ‘지배·개입’이라는 사실적 행위를 통해 노동3권이 침해될 수 있어 그 침해를 예방, 제거하는 관점에서 사용자 개념이 확대된 것임에 반하여, 단체교섭 거부 부당노동행위의 경우, 근로계약 등 계약관계에 관한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을 위한 단체협약 체결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개별 근로계약관계의 존재 여부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질 수밖에 없으므로, 원청이 하청 근로자 노동조합에 대해 지배·개입하지 않을 소극적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넘어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교섭에 응할 적극적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iii) 게다가 이러한 부당노동행위 규정의 경우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어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점, (iv) 최근 개정된 노란봉투법의 내용과 경위를 고려할 때, 법원이 입법적 결단에 따라 적용될 사항을 미리 개정 전에 법리를 변경해 노란봉투법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내용의 법리를 창설하고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살펴보아야 할 부분은 “근로계약 등 계약관계에 관한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을 위한 단체협약 체결을 전제로 단체교섭 거부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부분이다.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자”이고,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 또한 결국 집단적인 근로조건 결정을 목적으로 함이 분명하다. 물론 단체협약에 있어서 사용자와 노동조합 사이의 권리·의무에 대해 규정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는 기본적으로 조합원들의 집단적 근로조건을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으로서 포함되는 것이다. 따라서, 명시적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원청’에 대해 ‘단체교섭 의무’가 부여되기 위해서는 하청 근로자의 근로계약 내용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지위, 즉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구 노동조합법에 대한 해석으로서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판단은 ‘하청 사용자의 경영상 의사결정권’을 고려하더라도 타당한 해석이라고 보여진다.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용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때 사용자의 권한은 오로지 사용자의 기본권인 경영권 및 계약자유의 원칙에 기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만약 이러한 하청 사용자의 권리에 대한 제약이 이루어지거나 이를 제3자가 결정하도록 하고자 한다면, 이 경우에는 그 기본권이 제한되어야 하는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적어도 “근로계약에 대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로서 원청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한다면, 이에 대해서는 하청 사업주가 아닌 원청이 근로조건을 결정하더라도 그것이 하청 사용자의 권한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해석은 향후 노란봉투법 적용에 있어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서 원·하청 사이의 단체교섭 의무가 인정될 수 있게 되었으나, 그 의무의 전제가 되는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어떤 기준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법원의 기준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고려한다면, 이때의 ‘실질적 지배력’은 적어도 특정 근로조건에서 그러한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 인정되는 경우에 제한적으로 성립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대법원의 반대의견 내용을 보더라도 어느 정도 확인 가능하다. 반대의견에서는 구 노동조합법이 적용될 때도 실질적 지배력에 따라 원청에게 단체교섭 의무를 부여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그 근로조건에 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의 의미를 “교섭을 요구한 사항과 관련하여 수급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도급인이 사실상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어 해당 근로조건에 관한 구체적 내용을 일부라도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것과 동일하다고 평가”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물론 그 외에도 반대의견에서는 여러 설명을 덧붙이고 있으나, 본질적으로 교섭의무가 부여되기 위해서는 근로조건에 대한 결정에 있어 그것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권한이 사실상 단독으로 부여되어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점이 명확하게 입증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의 법률관계에 대한 판단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였다는 의미를 갖음과 동시에, 향후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하청 교섭의무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도 일정한 이정표를 제시하였다고 생각된다. 과연 현재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에 발생하는 여러 분쟁에서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어떤 기준으로 작용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양주열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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