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21대 대통령선거가 목전으로 다가온 가운데 차기정부가 공공임대주택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한 목소리가 나왔다. 다만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공임대주택 중 적지 않은 수가 공실 처지를 면치 못하고 있는 만큼 다변화되고 있는 수요에 맞춘 공급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모두 최근 발표한 ‘10대 공약’에서 공공임대주택 확대 의지를 간략하게 명시한 만큼, 향후 마련할 세부 시행 방안에서 세심한 수요 맞춤형 공급 정책이 나올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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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전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 중앙홀에 마련된 천원주택(전세임대주택) 접수처에서 예비입주자들이 서류접수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10명 중 8명 “공공임대 확대”…수급 미스매치 과제
이데일리가 최근 건설업계·학계·공무원 출신 등 각 분야의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차기 정부, 부동산 정책 이래야 한다’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문가 20명 중 17명(75%)이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소득이 낮은 주거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에 공공임대주택이 충분히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이들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공공임대주택은 저소득층, 고령자, 청년, 장애인 등 ‘시장 밖의 사람들’을 위한 장치로, 수익성 관점에서 외면당한 계층에게 집을 제공하는 유일한 제도”라며 “단순한 주택 공급을 넘어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기반이며,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공공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민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거비 급상승을 막는 최소한의 장치로 공공임대주택은 꼭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저렴한 임대료 책정을 통해 주거비 부담 증가세를 공공에서 견제해야 한다”고, 한문도 명지대 대학원 실물투자분석과 겸임교수는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이 많을수록 주택 거품의 부작용이 완화될 것”이라고 봤다.
다만 현재 LH를 중심으로 운영 중인 공공임대주택이 일부 지역에서 상당수 공실로 남아 있다는 점은 차기 정부가 고민해봐야 할 대목으로 꼽혔다.
이데일리가 LH로부터 입수한 지난해 매입임대(빌라·일반주택) 기준 지역별·유형별 공가 현황에 따르면 전체 재고 18만 1938가구 중 5154가구(2.8%)가 공실인 상태였다. 지역별로 보면 충북의 경우 18.8%가 공실이었으며, 뒤이어 강원(5.7%)과 충북(5.3%)도 높은 공가율을 보였다. LH가 직접 지어 공급하는 임대 아파트 역시 98만 3215가구 중 4.3%에 해당하는 4만 2037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충남이 9.8%, 충남이 7.4% 순으로 높은 공가율을 보였고, 뒤이어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 역시 7.0%가 공실인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공공임대주택 공실의 원인이 ‘수급 미스매치’에 있다고 봤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공급량 목표에 집착하다 수요가 없거나 많지 않은 지역·면적을 공급한 것이 공실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양지영 수석은 “최근 일부 지역의 공실 문제는 공급 규모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수요자와의 입지·조건 등 미스매치로 인한 것이며, 이는 공급 축소보다는 수요 맞춤형 개선과 확대를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육아시설 연계 및 장기 거주 가능성을 반영한 ‘신혼부부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청년·신혼·전환기를 대상으로 해 6~8년 거주 후 자립하는 ‘순환형 단기임대’ 등 ‘싼 집’이 아니라 ‘필요로 하는 집’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덧붙였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대상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단순히 저소득층 중심 보다는 청년·신혼부부 등 주거사다리로써의 공급이 필요하다”고, 한문도 교수는 “무조건적인 저소득층 위주 공급에서 탈피해 연령·계층별로 소특분포 및 주택 유무 등 비중을 반양한 분산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재명표 ‘기본주택’…“필요하지만 현실성 글쎄”
현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민간장기임대주택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 및 저금리 대출 등 금융혜택이 필수적이라고 봤다. 여기에 현재 연 5% 상승으로 제한돼 있는 임대료 규제 완화도 필요한 지원 방안으로 꼽혔다.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가 ‘신유형 장기민간임대 제도’ 도입 계획을 밝히면서 논의가 본격화된 민간장기임대주택은 부동산투자회사(리츠) 등 법인이 100가구 이상 민간임대주택을 20년 이상 운영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활성화를 위해 임대료 규제 완화 등 지원 방안이 함께 담기는 방식이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이외 2022년 실시한 20대 대선을 시작으로 이재명 후보가 부동산 관련 정책 공약으로 줄곧 내세웠던 ‘기본주택’ 관련해선 전문가 14명(70%)이 “필요한 정책”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실제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다소간 물음표가 찍혔다.
기본주택은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건설 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만 내고 역세권 등 좋은 입지의 주택에서 30년 이상 살 수 있도록 한 이재명표 공공임대주택이다. 전문가들은 전 국민들의 주거안정 측면에서 분명 필요한 정책이라는 공감대를 내비치면서도 재원의 한계로 ‘수요자들이 원하는 입지’의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자칫 공공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민간 시장마저 왜곡할 우려가 있어서다.
이에 △청년·신혼부부 한정 등 지원대상 명확화(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조준현 한국리츠협회 정책본부장) △질 좋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주거안정성을 높일 관리비·유지보수 등 장기운영 마련(양지영 수석) △역세권 등 좋은 위치에 다양한 계층이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사회적 혼합과 주거 효율성을 높이는 설계 방안 마련(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등 구체적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