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진 박수, 유쾌한 웃음… 관객 사로잡은 연출 승부

4 hours ago 3

[서른 맞은 부국제 since 1996] 〈3〉 갈라 섹션 초청 ‘국보’ ‘굿뉴스’

이상일 감독(왼쪽), 변성현 감독.

이상일 감독(왼쪽), 변성현 감독.
20일 부산 해운대구 CGV센텀시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객석에선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터져 나온 큰 박수. 재일 한국인 이상일 감독(51)의 영화 ‘국보’ 얘기다.

이틀 전 18일엔 상영 내내 웃음이 쏟아진 작품도 있었다. 변성현 감독(45)의 ‘굿뉴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함께 초청받은 두 작품은 지금까지 가장 호응이 뜨거운 작품들에 속한다.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소개된 화제작 ‘국보’는 일본 전통 연극 가부키로 국보 반열에 오른 예술가의 일생을 그렸다. BIFF 제공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소개된 화제작 ‘국보’는 일본 전통 연극 가부키로 국보 반열에 오른 예술가의 일생을 그렸다. BIFF 제공
‘국보’는 일본 야쿠자 집안에서 태어난 소년 ‘키쿠오’(요시자와 료)가 가부키 배우로 성장해 인간 국보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렸다. 경지에 다다른 일본 전통 연극 가부키를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평. 가부키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도 주인공들 각자의 고뇌를 포착한 서사적 힘이 뛰어나다. 이 감독의 연출은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다. 스크린에 가부키 무대를 통째로 보여 준다. 21일 만난 이 감독은 “고도로 예술을 추구하는 사람만이 보여 주는 풍경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예술가로 살아가며 잃는 것과 얻는 것, 나름의 운명을 짊어진 사람들의 고뇌를 담고 싶었다”라고 했다. 일본 현지에선 ‘예술 영화의 정수’라는 극찬을 받으며 1000만 관객을 돌파하기도 했다.

‘굿뉴스’는 1970년 3월에 일어난 일명 ‘요도호 사건’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BIFF 제공

‘굿뉴스’는 1970년 3월에 일어난 일명 ‘요도호 사건’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BIFF 제공
‘굿뉴스’는 변 감독만의 스타일리시함이 두드러진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년), ‘킹메이커’(2022년), ‘길복순’(2023년) 등에서 보여준 독창적인 미장센과 리듬감 있는 연출이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 이번 영화는 1970년대 평양을 향해 날아가는 일본 여객기를 하이재킹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블랙코미디 장르로 담아냈다.

경쾌한 편집은 이 영화가 가진 최대의 매력. 긴장감이 절정인 순간 힘을 과감히 빼는가 하면, 배우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내레이션을 하는 등 다양한 영상미를 구축한다. 변 감독은 “배우가 렌즈를 본다는 건 관객들에게 거리감을 주는 것”이라면서 “관객들도 이 소동을 지켜봐 달라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끼여 있어도 되는 건가 송구스러우면서도 자랑스러웠다”고 밝혔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BIFF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화제작 4편을 엄선해 꾸린 부문. 나머지 두 작품은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그저 사고였을 뿐’과 멕시코 출신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이다.

부산=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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