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20년 차명주식, 어쩌다 들켰나[세금, 그 후]

1 week ago 16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는 거래였다. 서류에도, 계좌 이체 내역에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2015년 여름, 부산의 한 특수강 절단가공 회사에선 지분 구조를 바꾸는 주식 거래가 이뤄졌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김 씨의 아들이 이 회사의 다른 주주 두 명으로부터 600주를 사들였다. 2년 뒤인 2017년에는 같은 두 사람에게서 700주를 추가로 매수해 아들은 총 1300주를 확보했다. 얼핏보면 아들이 다른 주주의 지분을 사들이는, 흔하디흔한 가족회사식 지분 정리처럼 보였다. 그런데 약 10년 뒤인 2025년, 국세청이 아들의 주식 매매 계약을 들여다보면서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국세청은 이 거래를 이 회사의 대표이사인 김 씨가 20년간 숨겨왔던 차명주식을 자신의 아들에게 증여한 것이라고 봤다. 2026년, 조세심판원까지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아버지 김 씨는 어떻게 차명주식이라는 사실을 들켰을까. 빚을 갚지 못한 주주가 있었으니.. 이야기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사는 1994년 설립될 때부터 발기인으로 참여한 조 씨가 있었다. 조 씨는 이 회사의 지분 25%(2500주)를 갖고 있었던 인물. 조 씨는 대표이사 김 씨의 아내 이 씨에게 돈을 빌렸지만 이를 갚을 능력은 안 됐다. 조 씨는 대표이사 김 씨의 아내 이 씨에게 상당한 돈을 빌린 상태였는데, 갚을 길이 막막해지자 이 씨의 권유로 보유 주식을 전부 처분해 그 돈으로 빚을 갚기로 한다. 이때 조 씨의 주식을 넘겨받은 사람은 이 씨의 소개로 알게 된 박 씨 부부였다. 조 씨와 박 씨 부부는 계약서를 함께 작성한 적도, 서로 얼굴을 마주한 적도 없었다. 문제는 이 씨가 조 씨한테 받은 돈은 조 씨가 갚아야 할 돈에 한참 못 미쳤다는 점이다. 그래서 박 씨 부부가 주식을 보유하는 동안 배당이 이뤄질 때마다 그 배당금의 상당 부분을 이 씨가 가져가기로 하고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이 조건에 따라 박 씨 부부는 2015~2017년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받은 배당금 중 투자원금의 10%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이 씨에게 넘겼다. 이때 묘한 장면이 하나 등장한다. 박 씨 부부 아들이 2009년부터 이 회사에 취직해 부모님과 이 씨 사이의 돈 거래를 관리한다. 박 씨 부부가 받은 배당금의 90%는 이 씨뿐만 아니라 이 씨의 남편이자 이 회사 대표이사(최대주주)인 김 씨한테도 지급됐다. 이를 어떻게 알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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