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후유증이 남는 다는 것. 규칙적으로 마시든 특별한 경우에만 마시든 몸에 큰 부담을 준다. 뇌와 심장, 폐와 근육, 위장관, 면역체계에 이르기까지 알코올은 폭넓게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알코올은 발암물질이다.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은 구강암, 인후암, 후두암, 식도암, 간암, 결장암, 직장암, 유방암과 인과관계가 있다. 만성 음주와 폭음이 췌장암과 관련 있다고 한 다른 연구도 있다.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 연구소(IARC)는 2012년 알코올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알코올은 어떻게 암을 유발할까?
암은 체내 세포가 통제 불능으로 증식할 때 발생한다. 알코올은 DNA를 손상시켜 정상적인 세포 분열과 성장을 방해하는 돌연변이를 일으켜 종양을 만들 수 있다.
지금껏 학자들이 밝혀낸 알코올이 암을 유발할 수 있는 경로는 크게 네 가지다. 알코올 대사, 산화 스트레스 및 염증, 호르몬 수치 변화, 담배 연기와 같은 다른 발암 물질과의 상호작용.
첫째, 알코올 대사과정에서 독성 부산물 생성.알코올 대사는 신체가 알코올을 분해하고 배출하는 과정이다. 알코올(화학적으로는 에탄올)이 몸에 들어오면 체내 효소가 이를 분해한다. 첫 번째 부산물인 아세트알데하이드(또는 아세트알데히드) 역시 발암 물질로 분류된다. 연구자들은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몸에서 알코올이 더 빨리 분해되도록 유도하여 아세트알데하이드 수치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교 챈(Chan) 의과대학 프라노티 만드레카(Pranoti Mandrekar) 교수(소화기병리학)가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말했다. 만드레카 교수는 중등도·장기 알코올 섭취의 생물학적 영향을 연구하는 이 분야 전문가다.아세트알데하이드는 간, 췌장, 뇌와 같은 알코올 대사에 직접 관여하는 신체 부위뿐만 아니라 DNA 자체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보스턴 소재 비영리 병원 네트워크인 매스제너럴 브리검(Mass General Brigham)의 약물사용장애 부문 수석 의료책임자인 사라 웨이크먼(Sarah Wakeman) 박사가 주간지 뉴스위크에 설명했다.
아세트알데하이드에 노출되면 DNA 손상과 돌연변이 발생으로 암이 형성 될 수 있다.
둘째 산화 스트레스 및 염증 유발.
알코올은 몸에서 자유 라디칼이라는 신체 세포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유해 분자 방출을 유도할 수 있다. 이러한 분자는 산화 스트레스라는 과정을 통해 세포의 DNA, 단백질, 지질을 손상시킬 수 있다. 만드레카 교수는 “알코올 섭취로 생성되는 활성산소가 세포의 단백질 생성과 분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종양 형성을 촉진하는 염증을 유발하는 비정상적인 단백질을 생성한다는 사실을 우리 연구실에서 발견했다”고 말했다.
체내 염증은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며 신체 손상을 일으키며 심하면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염증은 정말로 적이 될 수 있다. 염증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직 변화를 초래하여 암과 같은 건강 문제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웨이크먼 박사가 강조했다. 이어 알코올 대사와 그로 인한 염증이 심각한 뇌 손상, 뇌 축소(brain shrinkage), 또는 알코올성 치매와 같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는 심하게 과음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더욱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셋째, 호르몬 수치 변화.
알코올은 호르몬 수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에스트로겐은 유방암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암 세포가 대표적인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이용하여 증식하는 것이 유방암이다.
“적당한 음주는 에스트로겐 수치를 높이고, 더 많은 음주를 부추길 수 있다. 또한 알코올은 에스트로겐을 조절하는 화합물인 비타민 A 수치를 낮춰 유방암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만드레카 교수가 설명했다.
넷째, 담배 연기와 같은 다른 발암 물질과의 상호작용.
만드레카 교수에 따르면, 음주와 흡연을 병행하는 사람들은 구강암, 인두암, 후두암 발생 위험이 높다. 알코올은 일반 담배와 전자 담배에 포함된 발암 물질을 신체가 더 잘 흡수하도록 돕는다. 흡연은 그 자체로도 염증을 만들고 DNA를 손상시키는 활성산소를 유발할 수 있다.
어느 정도의 술을 마시면 안전할까?
의사나 과학자들에게 물어보면 “첫 한 방울부터 암 위험을 높인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의 사람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언이다. 각자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어 마시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음주 지침이 다르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는 ‘하루 두 잔 이내’에서 ‘암 예방을 위해 하루 한두 잔의 소량 음주도 피하기’로 2016년 지침을 바꿨다.
유럽연합(EU)도 ‘남자는 하루 두 잔, 여자는 하루 한 잔 이내’에서 2014년부터 ‘암 예방 위해 음주 피할 것’으로 개정했다.
미국 음주 지침은 ‘남성은 하루 두 잔, 여성은 하루 한 잔 이내’다. 미국의 표준 한 잔은 순수 알코올 14g에 해당하는 양으로 다른 국가(12g)보다 약간 많다. 맥주(4.5%) 355㎖, 포도주(12%) 148㎖, 위스키(40%) 44㎖ 그리고 17도짜리 소주 103㎖로 약 3.5분의 1병(360㎖ 기준)에 해당하는 양이다.
발암 원인은 매우 다양해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
알코올이 암의 예방 가능한 원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개인의 알코올로 인한 암 위험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각 개인의 유전적 배경, 생활 습관, 식단 및 기타 건강 요인 모두 알코올이 암을 유발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각자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춰 적당히 즐기되 최대한 음주를 줄이는 게 최선이다. 적정 음주량은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각자 가지고 있는 위험 요소를 반영해 평가해야 한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