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아빠가 좋아하는 수박, 나 혼자서 들고 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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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을 샀다/장선환 지음/60쪽·1만8000원·문학동네


한여름, 아빠 생일을 맞아 다섯 정거장 떨어진 큰 시장으로 장을 보러 나가는 엄마. 누나가 곧 올 테니 집에 있으라는 엄마의 만류에도 기어코 뒤를 따라나선 동하 눈에 산처럼 수북이 쌓인 수박이 보인다. 엄마는 이미 장을 많이 봐서 손이 전혀 없는 상태. 하지만 동하는 아빠도 수박을 엄청 좋아할거라며 수박을 사 달라고 조른다. 수박은 자기가 들면 된다면서.

문제는 집까지 걸어가는 길이다. 몸통만 한 수박을 들고 엄마를 따라가려니 늘 다니던 길이 훨씬 더 멀게 느껴진다. 겨우 집 근처 골목까지 다다랐는데, 거의 다 왔다는 생각이 들자 긴장이 풀려 버린다. 팔이 느슨해진 동하 품에서 수박이 떨어진다. 수박이 깨진다. 동하의 마음도 깨진다.

뻔히 힘들 걸 알면서도 기어코 포기 못 하는 것들이 있다. 살면서 무턱대고 덤벼들었다 놓치고 아프고 했던 것들이 동하가 꼭 끌어안고 걸었던 수박과 비슷한 듯싶다. 동하네 가족은 깨진 수박으로도 멋진 파티를 한다. 한여름 달고, 붉고, 시원한 수박을 가족들과 나눠 먹고 싶던 그 마음은 깨지지 않는다. 때로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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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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