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문명-언어 상호작용
시대 흐름 반영하며 전해져
◇성경의 세계사/브루스 고든 지음·전경훈 옮김/572쪽·3만8000원·책과함께
대다수 목사, 신학자가 사도 바울의 글은 당시 고린도교회 내부 문제를 고치기 위해 쓴 서신이라 지적한다. 많은 말이 생략돼 있어 문맥과 시대 상황을 고려해 해석해야 한다고 해도 요지부동이다. 그들에겐 성경이 수많은 문명과 시대 흐름을 반영해 늘 새로운 책으로 거듭났다는 사실이 안 보이는 모양이다.
미국 예일대 신학대학원 석좌교수이자 종교개혁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저자가 유려한 필치로 쓴 책이다. 2000년 동안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온 세상에 퍼져 나간 성경이,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언어와 문명, 세계관을 바꿔놓고 또 역으로 그들로 인해 끊임없이 새롭게 거듭났다는 사실을 정리했다. 파피루스 두루마리에서 구텐베르크 성경, 유럽의 대성당에서 중국과 한국의 교회에 이르기까지 성경이 문명을 만들고, 문명이 성경을 만든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간다.
“성경의 힘은 늘 그 지역성에 있어왔다. 여러 공동체의 언어들로 성경이 번역되면서 각 공동체는 성경의 이야기들 안에서 그들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각각의 성경은 혁명이었고, 그 문화와 상황의 산물이다. … 성경은 누구의 소유물도 되지 않을 것이며, 고정된 제도 안에 정착시키려는 모든 노력에 끊임없이 저항할 것이다.”(14장 ‘세세 영원 무궁토록’에서)저자는 성경을 ‘이주자’에 비유한다. 대륙과 바다를 건너 도착한 모든 곳에서 새 언어로 번역되고 재해석되면서, 문화와 문화가 만나는 거의 모든 교차로에서 늘 다시 태어났다는 의미다. 그 한 예가 19세기 중국 선교 과정에서 ‘하느님(GOD)’을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였다. 저자는 당시 선교사들 사이에서 중국인들에게 익숙한 ‘상제(上帝)’와 ‘신(神)’ 중 어떤 것을 쓸지 견해차가 크게 엇갈렸는데, 결국 합의를 보지 못해 두 개의 번역본이 나왔다고 한다.
세계 무대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 덕분인지, 저자는 불교나 무속 등 전통 종교 및 고유의 문화와 결합한 한국 기독교에 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한 대형 교회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인데, 신자들이 찾아가 단식하며 기도하는 산이 있으며 이곳에서 신비적 계시가 이뤄지고 다른 기적도 빈번히 일어난다는 것이다. 아마도 교회 소속 기도원을 가리키는 것 같은데, 참고문헌을 인용해 쓴 탓인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기도원보다는 좀 더 신비하게 묘사한 느낌이 든다. 원제 ‘The Bible: A Global History’.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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